[매일일보=이한듬 기자] 민군합조단이 이번 천안함 사고의 원인이 북한제 어뢰에 의한 것임을 밝히며 ‘결정적 증거’로 내세운 ‘1번’ 표기에 대해 누리꾼들의 끊임없는 의혹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일 오전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천안함 사고원인 조사결과 공식 발표에서 합조단 측은 천안함 사고 원인에 대해 “어뢰로 발생한 수중폭발의 충격파와 버블효과에 의한 절단·침몰”이라고 밝히며, 피격 어뢰는 “북한에서 제조된 CHT-02D 어뢰와 일치한다”고 말했다.
또한 증거물로 제시된 어뢰 추진부 안쪽에 적혀있던 '1번' 표기에 대해, 지난 2003년 우리 군이 습득한 북한 어뢰에 적힌 ‘4호’라는 표기방법과 일치 한다고 설명하며, 이는 피격 어뢰가 북한에서 제조된 것임을 입증해주는 '결정적 증거'라고 강조했다.그러나 누리꾼들은 합조단의 발표와 관련, 몇가지 의문점을 제기하면서 쉽게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누리꾼들은 먼저 폭발 후 ‘1번’ 글씨의 잉크 색상이 변색되지 않았다는 점에 의혹을 제기했다. 250kg 달하는 고성능 화약이 폭발하면서 발생하는 엄청난 고열에 의해 매직잉크가 탄화되어 변색돼야 하는데, 합조단이 증거로 제시한 ‘1번’ 글씨는 변색된 부분 없이 유난히 선명한 파란색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누리꾼들은 합조단 측이 관련된 실험을 통해 주장을 입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또 다른 의혹은 ‘1번’글자가 적힌 부분에 녹과 기름때를 닦은 듯한 흔적이 있다는 점이다. 누리꾼들은 ‘1번’ 글자가 찍힌 사진을 포토샵을 이용해 네거티브 효과와 색상대비로 확인 한 결과 글자가 써있는 부분이 주변부에 비해 유독 밝다고 말하며 증거사진을 제시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인양 뒤 누군가 표면을 일부러 닦아 낸 뒤 글씨를 쓴 것 아니냐”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왜 유독 글자부분에만 녹이 슬지 않고 선명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합조단이 증거로 제시한 ‘어뢰 추진체’는 50여 일 동안 바닷물 속에 잠겨 있었기 때문에 ‘1번’ 표기 또한 녹이 슨 정도에 일부분 변색이 되거나 아예 떨어져 나가는 등 일부 변형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 '1번' 글자에는 녹이 슬거나 표면의 일부가 떨어져 나간 흔적 없이 선명하고 뚜렷한 모양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일부 누리꾼들은 현재 직접 철에 파란색 매직으로 글씨를 쓴 뒤 소금물에 방치하는 실험 등을 통해 "몇 시간만 담궈놔도 매직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녹이스는데 어떻게 50일간 바닷물속에 있던 어뢰 추진제의 글씨가 그렇게 선명한지 이해할 수 없다"며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아울러 ‘1번’이라는 표기 방식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됐다. 합조단이 ‘결정적 증거’의 비교대상으로 내세운 지난 2003년 수거한 북한제 연습용 어뢰에는 ‘4호’라는 글자가 표기되어있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에서는 사람이 아닌 물건에는 ‘번’이 아닌 ‘호’는 명칭을 쓴다고 설명하며 결과 발표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나타냈다.특히 지난 20일 발표에서 윤종성 합조단 과학수사분석팀장은 '결정적 증거물'에 필적 감정도 거치지 않았음을 밝힌 바 있다. 윤 팀장은 이날 “필적 감정은 글씨가 같거나 자음 모음이 같을 때 가능하다”며 “1번, 4호라는 글씨가 있기 때문에 (감정은)어렵지만 잉크는 장시간에 걸쳐 분석하면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필적감정도 없이 어떻게 해당 글자를 ‘결정적인 증거’로 단언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한편 이와 관련 정부는 현재 필적 감정 등 추가 증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를 통해 현재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의혹을 불식시킬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