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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정신병원 입원 환자의 67.4%가 가족 등 보호 의무자에 의해 강제로 입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한 환자 비율이 이렇게 높은 것은 환자의 기본권이 침해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이 같은 사실은 김춘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9일 공개한 보건복지부의 ‘2011~2014년 정신의료기관 강제 입원율 현황’을 통해 밝혀졌다. 정신병원 입원 환자 3명 중 2명꼴로 강제로 입원한 것이다. 2014년 한 해에만 가족 등 타인에 의해 병원에 입원한 강제 입원 환자가 무려 4만7785명에 달했다.이 같은 일이 가능한 것은 현행 정신보건법 제24조 제1항에 부양 의무자나 후견인 등 보호 의무자 2명의 동의가 있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 정신질환자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입원이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그동안 강제입원에 따른 인권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러한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도 빈번하다.유산 상속 문제나 이혼 등을 목적으로 가족에게 질환이 있다고 속여 병원에 강제 입원시켰다가 처벌을 받은 경우가 언론에 지속적으로 보도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강제 입원 환자의 91% 이상이 보호 의무자에 의한 것이었다는 점도 이러한 개연성을 뒷받침한다고 할 것이다.그러나 의료계 일각에서는 강제입원을 무조건 막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타인에게 해를 입히거나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정신질환자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병에 대해 인지하지 못해 병원 치료를 거부할 가능성도 크다고 한다.따라서 정신질환자들을 방치할 경우 자칫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의료진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강제입원을 없애기 위해서는 치료 거부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는 다른 방법을 먼저 확보한 뒤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현재 정신보건법 제24조 제1항은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이 청구돼 있다. 헌재도 정신질환자 강제입원에 대한 찬반양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헌재가 지난달 14일 이에 대한 공개변론을 실시한 것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사실 정신질환자는 환자일 뿐이다. 결코 범죄자가 아니다. 그럼에도 이 조항은 법원의 개입 없이도 직접적인 인신구속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에서 위헌이라는 주장이 계속돼 왔다.법은 한 사람이라도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제정되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우리 사회가 정신질환자 강제입원을 줄일 수 있는 제도 마련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