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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헌법재판소는 작년 1월 주호영 의원 등 당시 새누리당 의원 19명이 국회의장 등을 상대로 낸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 청구에 대해 26일 각하(却下) 결정했다. 여야 간 이견이 있는 쟁점 법안의 경우 재적 인원 5분의 3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통과될 수 있다는 ‘국회선진화법’이 국회의원의 심의·의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판단한 것이다. 헌재는 “헌법의 명문규정이나 해석상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요구가 있는 경우 국회의장이 심사기간을 지정하고 본회의에 회부해야 한다는 의무는 도출되지 않으므로, 국회법에 이러한 내용을 규정하지 않은 것이 다수결의 원리 나아가 의회민주주의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여야는 2012년 국회법을 개정하면서 85조2의 1항에 ‘신속처리안건지정동의를 무기명투표로 표결하되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또는 안건의 소관 위원회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했다. 이번 사건은 다수당의 일방적 법안 처리를 제한하기 위한 이 조항이 국회의원의 법률안 심의·의결권을 침해하는지가 쟁점이었다.새누리당 측은 이 조항이 의회주의와 헌법 49조의 다수결 원리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반면 야당 등에서는 국회선진화법이 국회 폭력을 없애고 일방적 법 처리나 몸싸움이 아닌 설득과 대화를 통한 입법을 보장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이제 헌재의 결정으로 ‘국회선진화법’논란은 사실상 종결됐다. 여야가 합의하기 전에는 이 법을 개정할 수 있는 방법은 더 이상 없다. 앞으로는 모든 법안을 여야 합의하에 처리할 수밖에 없다. 정부도 이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지금까지 정부는 국회가 발목을 잡아 정책의 실효성 있는 집행이 어려웠다는 점을 내세워 왔다. 법안을 제때 제대로 통과시켜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정부가 정말 필요한 법이라면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야당을 설득해 내야만 한다. 더구나 이 조항은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을 때 개정된 것이지 않는가.사실 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을 헌재로 넘긴 것은 스스로가 입법부로서의 역할을 포기한 것이나 진배없다. 타협과 설득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정부와 여당은 국회선진화법을 더 이상 면죄부로 삼지 말아야 한다.어느 법이든 이해관계가 상충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이해를 조정하기 위한 과정은 필연적이다. 이를 외면할 경우 결과적으로 사회적 갈등만 양산될 뿐이다. 정부와 여당에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야당도 이제 여소야대 시대라고 자신들의 입장만 무리하게 내세울 경우 역풍을 맞게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