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의무만 강조해…규정 보완해 수정 필요
[매일일보 김서온 기자] 최근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와 남양주 지하철 공사현장 붕괴 등 하청업체 직원들의 안전사고 문제가 도마위에 오른 가운데 공정위가 만든 건설업 표준하도급계약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원청업체의 안전관리 책임보다 하청업체의 안전 의무만 강조하고 있어 원청업체의 안전관리 책임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일 공정위에 따르면 현행 건설업종 표준하도급계약서는 하청업체에 ‘공사 시공 과정의 안전 및 재해관리 의무’에 대한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표준계약서 45조는 “수급사업자는 공사를 시공하면서 안전 및 재해방지를 위해 관련 법규를 준수하고 감독 의무를 성실히 이행한다”라고 돼있는 것.하청업체의 안전관리 책임을 ‘의무’로 명시, 안전 관리 담당 현장대리인을 두는 것마저 하청업체의 몫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표준계약서에는 하청업체에 명시한 것과는 달리 원청업체의 안전관리를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로 정한 조항은 찾아볼 수 없다.
다만, 하청업체의 안전관리 의무를 명시하면서 “안전 대책 마련 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하청업체가 원청업체에 지도 협조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이와함께 41조에서는 원사업자에 안전관리비를 책정하도록 했지만 “원사업자는 계산된 안전관리비 범위 안에서 수급사업자의 위험도 등을 고려해 적정하게 지급해 사용하게 할 수 있다”며 안전관리비 사용과 비용 범위를 원청업체의 선택사항으로 정했다.원청업체의 부당한 ‘갑질’을 막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표준 하도급계약서가 정작 위험선상에 놓여진 하청업체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조항들이다.이에 노동계는 공정위의 표준하도급계약서에도 관련 법으로 정해진 원청업체의 안전관리 의무를 조항에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전병선 건설노조 조직쟁의실장은 “갑을 구도에서 체결되는 건설업 표준하도급계약서도 관련 법의 수준에 맞게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원청업체가 책정하는 안전관리비도 목적에 맞게 사용될 수 있도록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공정위 관계자는 “비록 구체적으로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원청업체의 사업장에서 진행되는 공사인 만큼 원청업체의 안전관리 의무는 당연한 것”이라며 “다만, 관련 법에 규정된 내용을 모두 계약서에 포함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