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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복지·장학재단 이사장이 롯데면세점 입점 관련 20억원대 뒷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는 호텔롯데 면세사업부와 신 이사장 일가가 소유한 회사와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또한 신 이사장과 그의 장남을 출국금지 조치했다.신 이사장 관련 비리 혐의는 사실 여부를 떠나 이 같은 추문이 불거졌다는 것 자체만으로 롯데그룹에 있어 도덕성에 치명적인 흠집을 내는 일이다. 지금까지 유통업계에 수많은 비리사건이 발생했지만 대부분 임직원들의 소행이었다.하지만 이번 일은 다르다. 신 이사장은 롯데쇼핑 사장과 호텔롯데 면세점 부문 사장을 거치면서 유통업계 대모(代母)로 불렸을 만큼 상징적인 인물이었다. 현재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호텔롯데 등기이사직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신 이사장이 관련된 혐의 면면과 수사 과정에서 대응 방법 등을 살펴보고 있노라면 재벌 오너일가의 탐욕이 드러난 것 같아 씁쓸하다. 신 이사장은 면세점 입점 과정에서 수십억원대의 뒷돈을 받은 것은 물론이고 신 이사장의 아들이 운영하는 회사는 네이처리퍼블릭으로부터 매장 컨설팅 일감을 수주하기도 했다.검찰은 신 이사장의 아들이 운영하는 회사가 검찰 수사과정에서 서버를 교체하고 관련 문서를 파기하는 등 조직적으로 증거를 없앴다고 밝혔다. 의혹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조사에 응하고 사태 진정에 나서도 시원찮을 형국에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는 꼴이다.앞서 롯데홈쇼핑은 임직원 비리 혐의를 누락한 사실로 정부 당국으로부터 6개월 간 프라임타임 영업정지를 당했다. 이에 롯데홈쇼핑은 고의로 해당 사건을 누락시킨 것이 아니며 영업정지로 협력사들의 생존이 위태롭게 됐다는 취지로 영업정지 처분을 재고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그동안은 애꿎은 협력사가 무슨 잘못이 있냐며 롯데홈쇼핑의 주장에 동조하던 여론도 있었지만 이번 사태로 롯데홈쇼핑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오너일가까지 번진 비리 문제로 ‘롯데=비리그룹’이란 주홍글씨는 당분간 롯데그룹을 뒤따라 다닐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