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규방여인들이 읽던 일일드라마, 고전소설 도앵행, 조선판 며느리 성공기
[매일일보] 국립한글박물관(관장 김철민)은 13일 연구자와 대중이 함께 한글문화를 향유하는 문화행사 ‘소장자료 강독회’중, 7월 강독회를 오는 22일 오후 3시에 필사본 고전소설 <도앵행(桃櫻杏)>를 읽고 토론하는 시간을 연다고 밝혔다.TV가 없었던 조선시대 사람들에게도 대중이 함께 보며 공감하고 위로를 받는 오늘날의 일일드라마와 같은 엔터테인먼트가 있었다. 조선시대 규방 여인들이 베껴 쓰고, 돌려 읽던 고전소설이다.이번 강독회의 강독자료인 <도앵행>도 조선시대판 인기 ‘일일드라마’ 중 하나다. 기록에 따르면, 당시 일흔이 넘은 할머니가 시집가는 외손녀를 위해 이 소설을 필사해 선물하고, 그 외손녀는 또 자신의 며느리에게 빌려 주며 함께 읽었다고 한다.<도앵행>의 주인공은 영평공주와 정위주라는 두 여인으로, 작품의 제목은 정위주가 거처한 도원동 행화촌 앵도원에서 기인한다. 이야기는 두 여성이 시아버지인 주당의 반대를 극복하고 주씨 가문의 며느리가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요지부동인 시아버지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두 여인의 곧은 성품과 덕행이었는데, 조선시대 여인들은 이러한 이야기를 읽으며 고단한 결혼생활 가운데 위안과 희망을 얻었다고 전해진다.현재까지 조사된 <도앵행>의 이본(異本: 기본적인 내용은 같으나 부분적으로 차이가 있는 책)은 모두 19종이다. 한글박물관은 19종 중 박순호 구장본 <도앵행>과 또 다른 <도앵행> 두 가지 버전을 소장하고 있으며, 이번 강독회에서 두 이야기를 모두 다룰 예정이다.지금까지 <도앵행> 연구는 완질본(完帙本:한 질을 이루고 있는 책에서 권수가 완전하게 갖추어진 책)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낙질본(落帙本: 한 질을 이루는 책에 몇몇 권이 빠지고 없어 권수가 갖추어지지 아니한 책) 연구는 부족한 상태이다. 한글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두 개의 <도앵행>도 모두 낙질본이었기 때문에 그동안 학계에서 주요하게 다루어지지 못했다.이번 소장자료 강독회를 계기로 <도앵행> 연구가 다양한 이본을 대상으로 확대된다면, <도앵행>에 대한 논의의 폭도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낙질본들끼리 짝을 지어 또 다른 완질본을 찾을 가능성(경희대 최윤희 2007년 논문 “「도앵행」의 문헌학적 연구”)도 기대된다.이날 강독회는 고전소설 속 여성을 주제로 활발한 연구를 펼치고 있는 서정민 홍익대 교수가 발표자로 나선다. 또, 한글 서체의 아름다움을 연구해 온 정복동 성균관대 교수가 토론을 맡아 <도앵행>을 안팎으로 음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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