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소장 이귀영)는 올해 4월 25일부터 실시한 전남 진도군 명량대첩로 해역 제4차 수중발굴조사를 약 6개월만인 지난 15일 마무리했다고 17일 밝혔다.진도 명량대첩로 해역은 조류가 빠르게 흘러 배가 지나가기 힘든 험로이나, 예로부터 해상의 지름길로 알려져 많이 선박이 오간 곳이다.특히, 이곳은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1597년)으로 유명한 울돌목에서 남동쪽으로 약 4km 떨어져 있어 관련 유물을 통해 격전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또 벽파정이 있었던 벽파항에서 북쪽으로 약 500m 떨어져 있어 당시의 해상교류 증거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벽파항은 고려 후기의 무신인 김방경(金方慶)이 삼별초군을 진압하기 위해 상륙한 항이다.벽파정은1207년(고려 희종 3년)에 주로 중국을 왕래하는 국제적 사절을 위로하기 위해 창건한 정자를 말한다.김방경은 원나라의 일본 원정 시 참전한 장군으로 삼별초의 난 당시 이를 진압하는 임무를 맡았다.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2011년 이 해역에서 발견된 유물을 불법 매매하려던 도굴범이 검거된 것을 계기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긴급탐사와 1~3차에 걸친 수중발굴조사를 통해 토기, 도자기, 총통 등 다양한 종류의 유물 650여 점을 발굴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번 4차 발굴조사에서는 130여 점의 유물을 추가로 발굴했다.명량대첩로에서 가장 많이 발굴된 유물은 색감이 좋고 장식과 문양이 화려한 최고급 고려청자이다. 강진에서 제작된 접시, 잔, 유병 등이 대표적이며, 백자와 도기들도 출수되었다.
또한, 지난 1차(2012년)와 2차(2013년) 발굴조사를 통해 임진왜란 당시 사용되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석환(石丸, 돌포탄) 4점이 나왔었는데, 이번 조사에서도 2점을 추가로 발견했다. 이외에도 노기(弩機)가 2013년에 이어 두 번째로 발견되어 명량대첩로 해역 일대가 과거 격전지였음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노기는 쇠뇌(시위를 걸고 방아쇠를 당겨 화살을 추진시키는 무기)의 일부인 방아쇠 부분이다.<아래 사진 참조>조사해역의 일부 구간에서 집중적으로 출수되는 닻돌들도 주목된다. 약 200×180m의 구역에서 총 54점이 발견되었는데, 이는 당시에 이 해역이 배들이 쉬어가는 정박지나 피항지의 역할을 했던 증거이다.특히, 중국식 닻돌이 1점 발굴된 것은 벽파항이 태안 마도(馬島) 등과 더불어 한ㆍ중ㆍ일 국제교류의 중간기착지였음을 보여주는 자료이다.닻돌은 나무로 만든 가벼운 닻을 물속에 잘 가라앉히기 위하여 매다는 돌이다<아래사진 참조>특히, 올해는 수중지층탐사기(SBP, Sub-Bottom Profiler)로 해저면 하부를 정밀 탐사해 이상체가 확인된 지점과 유물 집중매장처로 추정되는 곳을 조사했다.명량대첩로 해역의 서쪽은 만(灣)의 형태를 이루고 있으며, 과거 간척이 이루어졌던 곳이다. 이 때문에 물이 소용돌이치면서 흘러 유물이 넓은 범위에 흩어져 묻혀있고, 물속에서 시야(0~0.5m)가 확보되지 않아 장기적인 연차 조사가 필요한 곳이다.이에 문화재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조사와 연구를 통해 임진왜란과 해상교류의 흔적을 찾고, 아직도 바닷속에 잠들어 있는 찬란한 해양문화를 밝혀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사진=문화재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