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의 이 같은 결정은 취임 후 어 회장이 보여준 태도 변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어 회장은 이날 오전 유강현 국민은행 노조위원장과 여의도 사무실에서 20분간 독대한 자리에서 국내외 신인도 등을 고려해 가처분 신청을 취하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를 위해 KB금융의 체질이 강화될 때까지 M&A나 강제적 인력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어 회장은 14일 노조를 깜짝 방문해 2시간 가량 노조 간부들과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당초 "노조와 타협하지 않겠다"며 선을 그었던 것과는 상당히 달라진 모습이다.
노조 관계자는 "어 회장이 위원장과의 독대에서 최근 만들어진 그룹변화혁신 실무작업반(TF)에 노조 측 인사를 포함시키는 방안과 함께, 노사 화합 차원의 워크숍을 개최하자는 의견도 제시했다"며 "어 회장이 노조를 대화 상대자로 인식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노조 내부적으로도 전략 변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관계자는 "다음날(20일) 외국 공시를 앞두고 있는데 회장에 대한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이 그룹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가처분 신청을 취하하는 데 반대 의견도 있었지만 결국 '실익이 없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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