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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강희락 경찰청장이 5일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강 청장은 이날 퇴임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국정쇄신을 위한 새로운 진용을 갖추는데 도움이 되고 경찰후진들을 위해 조직이 안정돼 있는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해 용퇴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그는 용산참사로 수뇌부 공백기를 맞은 지난해 3월 경찰청장에 부임한 뒤 큰 실책없이 임무를 무난히 수행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하지만 강 청장의 이날 사퇴는 최근 잇따른 구설 파문과 공식 행사 중 과잉 의전 논란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실제로 강 청장이 지난 3일 대구와 고향인 경북 성주를 방문하는 길에 경찰이 총동원돼 정체 도로의 교통 신호를 조작하고 교통 흐름을 터주는 장면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강 청장은 청와대 쪽으로부터 엄중 경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가 강 청장의 사퇴 표명을 보고받은 뒤 이를 전격 수용한 것으로 알려져 이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경찰 안팎에서는 최근 경찰의 피의자 고문 사건과 아동 성폭행 사건 등이 연이어 발생한 데 따른 책임을 지고 사퇴 결정을 내린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내년 2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스스로 용퇴하는 모습을 보여 경찰 조직의 쇄신에 일조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풀이된다.최근 채수창 전 강북경찰서장이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채 전 서장이 양천서 가혹행위 사건과 관련해 경찰 지휘부 책임론까지 꺼내 들면서 경찰 조직이 흔들리기도 했다.이 때문에 뿌리채 흔들린 경찰 조직을 다잡고 분위기 쇄신을 위해 강 청장이 스스로 용퇴를 결정했다는 견해가 공감을 얻고 있다.한편 강 청장의 사퇴로 경찰청장의 임기제는 지켜지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그는 해양경찰청장 1년에 경찰청장 1년5개월 등 경찰 최고 계급인 치안총감을 2년5개월을 지냈다.임기제는 2003년에 도입됐다. 경찰의 중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경찰청장에게 2년의 임기를 부여한 제도였다. 그러나 그동안 강 청장까지 5명이 거쳐 갔지만 임기를 지킨 이는 이택순 청장 1명뿐이었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