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경부는 MB정권의 실세로 불리는 박영준 국무차장이 2차관직에 내정됨에 따라 자칫 장관 위의 차관을 모셔야할 판이다.
물론 직급상으로는 엄연히 이재훈 장관 내정자가 '한 수' 위지만 세간에 알려질 대로 알려진 박영준 차관의 MB정권 실세로서의 '입김'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과천 관가에서는 당초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으로 좌천될 것으로 여겨졌던 박영준 차관이 오히려 차관급인 국무차장에서 중앙부처 차관으로 승진하며 대통령으로부터 재신임을 받자 '실세차관'의 역할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
박 차관이 이명박 대통령의 특사자격으로 아프리카 자원외교에 앞장서는 등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입지에 걸맞은 대통령의 '특별한' 주문이 임기 내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특히 녹색성장뿐만 아니라 대-중소기업 상생문제, 친서민 경제 살리기 등 집권 후반기 성공을 가늠할 굵직한 이슈들이 산재한 상황에서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야하는 지경부에 '자기 사람'을 심어놓음으로써 대통령과 코드가 일치하는 박 차관의 정책생산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의견이다.
더 나아가 박 차관이 정부와 청와대(이명박 대통령), 국회(이상득 의원)를 있는 정치적 구심점으로 역할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 전망도 흘러나오고 있다.
11년간 이상득 의원을 보좌하고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시절 정무보좌역에 이어 제17대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 총괄팀장, 대통령실 기획조정비서관을 지내는 등 오랫동안 '형님과 대통령'의 최측근 입지를 유지한 점을 감안하면 상황에 따라 충분히 차관 이상의 역할도 가능할 수 있다.
게다가 박 차관은 '불법사찰' 논란 속에서도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정인철 전 기획관리비서관이 물러난 것과는 달리 대통령의 비호아래 여야 정치권의 사퇴압력을 버텨내고 줄곧 자리를 유지했다.
이처럼 박 차관이 지경부내에서도 '실세차관'으로 급부상하면서 상대적으로 이재훈 지경부 장관 내정자의 행동반경이 축소될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이 장관과 박 차관이 자원.에너지 분야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이자, 오히려 지나친 자신감으로 서로 의견조율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칫 정책이 방향타를 잃고 혼선만 빚게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이 장관 내정자가 공직생활 30년을 상공부에서 시작해 지경부에서 마칠 만큼 관가내 정통관료로서 신뢰성이나 인맥 등은 탄탄하지만 대통령의 신임수위만을 놓고 보면 상대적으로 박 차관에 비해 밀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차관에 대한 눈치 아닌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또한 이 장관 내정자가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서 산자부 2차관과 지경부 2차관을 역임하며 치밀하고 꼼꼼한 업무처리 능력은 충분히 인정받았음에도, '조직장악' 능력에 대해서는 다소 엇갈린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런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이 장관 내정자의 한 측근은 "이 장관은 성격이 포근한 편"이라며 "약간 귀공자 타입으로 낯가림이 있다. 처음 사람을 대할 적에는 수줍음을 타는 편"이라며 갈등이나 대립을 꺼리는 소극적인 성격임을 암시했다.
이와 관련, 지경부 관계자는 "차관은 어디까지나 장관을 보필하는 자리"라며 "(실세 논란 등)직원들은 정치적인 부분은 모르고 신경쓰지 않는다"며 이번 차관인사로 정치논쟁에 휘말릴 가능성을 경계했다.
그럼에도 지경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현 정부 실세라는 건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인데 대통령 측근이 온다는데 신경쓰일수 밖에 없지 않겠냐"며 "실제 위상으로 치면 차관이 아니라 장관을 뛰어넘는 수준이나 마찬가지"라며 신경을 곤두세웠다.
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