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문화재청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소장 지병목)는 나주 정촌고분 금동신발 내부에서 국내 최초로 파리 번데기 껍질을 찾아냈고, 법의곤충학적 분석연구를 통해 1,500년 전에 이른바 ‘빈(殯)’이라는 장례 절차의 존재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고 17일 밝혔다.빈(殯)이란 시신을 관에 넣어 장사 지내기까지 일정 기간 임시로 안치하는 절차를 말한다.파리 번데기 껍질은 북유럽 바이킹 무덤에 매장된 시신의 옷이나, 일본 하자이케고분의 인골에 부착돼 발견되는 등 국외에서는 몇 차례 보고된 바 있다.법의곤충학(法醫昆蟲學)은 시체에 있는 곤충의 변태과정(알→구더기→번데기→성충)을 이용해 사망 후 시간 경과 등을 밝혀내는 학문이다.문제의 파리 번데기 껍질은 정촌고분 1호 돌방(石室)에서 출토된 금동신발 내부의 흙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무덤 주인의 발뒤꿈치 뼛조각과 함께 십여 개체가 발견됐다. <아래사진 참조>파리 번데기 껍질의 법의곤충학적 분석은 무덤 주인공이 사망한 후 외부 장례절차[빈(殯)]의 존재 가능성, 사망 시점, 1,500년 전과 현재의 기후변화 여부 등 세 부분으로 나누어 진행했다.
유골속 번데기가 발견된 정촌고분은 한 변 길이 30m, 높이 9m인 5세기 후반대 마한 수장급의 방형 무덤으로, 무덤 내에서 돌방(石室) 3기, 돌널(石槨) 4기, 독널(甕棺) 6기 등 총 14기의 매장시설을 확인한바 있다.연구소는 정촌고분 1호 돌방과 같은 조건(빛 차단, 평균 온도 16℃, 습도 90%)에서 파리의 알, 구더기, 번데기 중 어떤 상태일 때 성충이 되는지를 실험한 결과, 번데기 상태일 때만 성충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통상 알에서 번데기가 되기까지 평균 6.5일이 걸리는 사실을 고려할 때 정촌고분 1호 돌방의 주인공은 무덤 밖에서 일정기간 장례 절차를 거친 후에 무덤 안으로 들어갔음을 알 수 있다.파리 번데기 껍질은 ‘검정뺨금파리(Chrysomyia megacephala)’의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정촌고분 주변에서도 서식하고 있으므로 기후 변화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주 활동기간은 5~11월(9월경에 가장 활발히 번식)로 정촌고분 1호 돌방의 주인공도 이 기간에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된다.이번 연구는 1,500년 전 파리 번데기 껍질의 법의곤충학적 분석을 통해 삼국시대 장례 문화를 파악해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올해에는 법의학 전문가와 협업으로 파리 번데기 껍질과 함께 출토된 고인골의 신체특성을 분석할 예정이다.이를 통해 무덤 주인공의 사망 원인과 나이, 식습관, 신체 크기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해 고대 영산강유역에 살았던 사람들은 어떠한 모습이었고, 장례문화는 어땠는지를 살펴볼 계획이다.문화재청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이번 연구가 삼국시대 영산강유역의 장례문화를 밝힐 수 있는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며, 앞으로도 학제간 연구교류를 통해 삼국시대 호남지역의 생생한 문화상을 복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