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극인, 19대 대통령 후보 문재인 지지 선언문】
2012년 11월 28일, 연극인들은 자신의 의지로 문재인 후보에 대해 공식적인 지지선언을 한바 있었습니다. 그리고 몇 년 후 우리들은 블랙리스트에 올랐습니다. 단지 이유는 그것뿐이었습니다. 블랙리스트가 정식으로 세상에 밝혀지기 전에도 탄압하는 행위들은 이미 암암리에 우리들을 압박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이런 억압들이 일시적인 것이며 곧 해결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아예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더욱 더 조직적으로 탄압한 증거들이 속속 나타나자 저희들은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충격은 아직도 전혀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소위 제일 높으신 분들이 회의 하는 데에서까지 예술인들의 이름이 오갔다는 증거들을 접하게 될 때의 느낌은 이루 말로 표현하지 못하였습니다. 아, 이들은 만일 그 어느 시대였다면 우리들을 죽일 수도 있었겠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블랙리스트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아직도 그들의 행위에 대해 반성은 커녕 도리어 정당한 행위였다는 궤변으로 빠져나갈 궁리만 하고 있습니다. 그런 행태들은 우리들의 아물지 못한 상처를 짓이기는 것입니다.
아니 더욱더 공포감으로 우리들을 잠 못들게 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우리들은 그동안 역사 속에서 들어왔던 수많은 조작 사건들, 음모들, 수많은 왜곡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억울하게 스러져간 수많은 희생자들이 알려진 것보다 몇 배 아니 몇 십 배 더 있었을 것이라는 확신을 할 수 있었습니다.
예술은 시대를 반영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상의 불합리와 부조리를 드러내는 것이 예술인들이 해야 하는 가장 본질적인 일 중의 하나입니다.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우리들의 존재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그것을 지키기 위해 여기 서명한 우리 연극인들은 계속 싸워 나갈 것입니다. 우리는 연극인이기 전에 국민입니다.
대다수의 국민들처럼 저희도 정치를 그렇게 믿지는 않습니다. 문재인 후보가 우리들을 완전히 좋은 세상으로 확 이끌어 줄 것이라는 환상도 갖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5년 전과 같이 다시금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는 아주 단순합니다.
우리를 그렇게 미워하는 정치세력을 이길 후보는 문재인 후보밖에는 없다는 것입니다. 꼭 이겨 주십시오. 그래서 우리가 원하는 표현의 자유,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해 달라는 것입니다. 다시는 그런 불순한 의도가 살아나지 않도록 영원히 봉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5년 전에 우리가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선언문의 마지막 부분을 다시금 되새겨보겠습니다. 지난 두 정권이 다를 것이 없어 같은 내용을 써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것이 우리 모두를 슬프게 합니다만 말입니다.
“우리는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인권이 억압되었던 지난 5년을 되돌아봅니다. 마치 과거 수직적 권위주의 시대로 돌아간 것이 아닌가하는 착각의 나날들이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가진 자 위주의 경제정책으로 깊어진 양극화를 목도하고 서민의 한숨 소리를 듣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미래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정의로운 사회가 될 것인가에 깊은 의문을 가집니다. 우리가 속한 예술 환경 또한 심각하게 훼손되었습니다. 예술계의 독립과 자율성은 많이 후퇴하여 예술인으로서의 자부심은 깊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이러한 때에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대통령 선거를 맞는 것에 우리는 떨리는 희망을 다시 품으며, 우리의 대통령이 될 사람에게 다음과 같이 간절한 뜻을 전하려 합니다.
다음 대통령은 지난 5년간 쓰러진 민주주의와 인권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합니다. 재벌의 전횡을 막고 중소기업과 서민을 위한 경제 정책을 펼치는 한편 노동 탄압을 중지해야 합니다. 생태를 보존하고 여성과 청소년 등을 위한 정책으로 우리의 미래를 밝게 하는 정치를 해야 합니다. 수평적 사회로의 이행을 이루어 함께 살아가는 소박하고 겸허한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백범의 말씀처럼 이를 아우르는 것이 문화의 힘이고, 문화와 예술은 함께 만들고 함께 나누는 것임을 알아야 하며, 예술계의 자율성, 공정한 인사 관행 등을 실천해야 합니다.
우리 국가 공동체를 이끌고 가야 할 시대적 사명을 알고 있는 사람, 그것을 실천할 의지가 있는 사람, 성공적으로 그것을 실현할 능력이 있는 사람, 그는 바로 문재인 후보이어야 한다고 우리는 주장합니다.
막힌 강물을 다시 흐르게 할 사람, 가게 문을 닫으며 한숨짓는 어머니를 위로할 사람, 철탑 위에서 농성 중인 노동자를 내려오게 할 사람, 소극장의 작은 모임을 크게 생각하는 사람이 문재인 후보임을 믿으며 그를 힘 모아 지지할 것임을 널리 밝힙니다.”
2017년 5월3일
문재인 후보 지지 연극인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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