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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공인호 기자] "금융산업에서 가장 먼저 청산돼야 할 적폐는 관치금융이다. '관치금융의 화신'으로 불렸던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은 청산의 대상이지 절대 주체가 될 수 없다""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학생들에 대한 막말과 음주운전 이력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가 문재인 정부의 첫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되기를 바란다"정부의 내각 인선이 야권의 인사청문회 거부 등으로 잇딴 파행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와 노동계가 저마다 목소리를 높이면서 말 그대로 인사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특히 노동계는 문재인 정부 탄생의 '1등 공신'임을 내세우며 성과연봉제, 통상임금 등 노동관련 정책은 물론 공직자 인사에까지 훈수를 두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철저히 소외받던 노동계의 목소리가 봇물 터지는 것을 보고 있자니 정권 교체를 피부로 실감하는 요즘이다.재벌개혁과 함께 민생 중심의 새 정부가 출범한 만큼 노동계 입장에서는 각종 현안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는 호기를 만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금융권 노조의 대표격인 금융노조의 아전인수식 행보를 보고 있자니 나가도 너무 나간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불과 닷새 간격으로 밝힌 '김석동 불가론'과 '조대엽 옹호론'이 대표적이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에 대해서는 과거 △반헌법적 신입직원 초임삭감 △메가뱅크 추진 △론스타 먹튀 허용 △농협 신경분리의 졸속 강행 등을 부적격 사유로 내세웠다. 대책반장이라는 그의 별칭 역시 '날조된 신화'로 깎아 내렸다.반면 야 3당이 부적격 인사라며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있는 조대엽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지난 2015년 그의 칼럼을 인용해 "노동의 가치를 가장 인간적인 가치이자 가장 미래적 가치로 평가하는 인물"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제기된 비판의 목소리를 새겨듣고 환골탈태의 각오로 거듭나길 바란다는 첨언도 덧붙였다. 공직자의 개인적 가치관이 도덕적 흠결보다 평가 우위에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아직 후보자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한 김 전 위원장에 대한 비난 성명을 연달아 두차례나 내야 했는지도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또, 노조가 제기한 김 전 위원장의 부적격 사유 대부분도 보는 시각에 따라 전혀 다른 평가가 나올 수 있다.특히 론스타 사태는 미국과의 국제 분쟁으로까지 비화될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었다는 점에서 당시 공직자들에게 온전한 책임을 묻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소위 '변양호 신드롬'도 같은 배경에서 나온 우려였다. 농협중앙회-농협은행의 신경분리와 '메가뱅크' 논란 역시 급변하는 금융시장과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른 측면이 크다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무엇보다 신입직원의 초임삭감이 김 전 위원장의 과오라는 주장은 아전인수식 해석의 전형으로 비쳐질 수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기업은행, 농협은행 등 주요 은행들은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노사 합의로 임직원들의 임금을 줄였다.하지만 당시 기존 임직원들은 임금반납을, 신입직원들은 초임삭감이 단행되면서 노조가 신입직원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비난이 일었었다. 임금반납의 경우 임금테이블의 변화가 없어 언제든 원상복구가 가능하지만 삭감은 임금 수준을 하향 조정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스스로 관치의 정당성을 주장했던 김 전 위원장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정권교체를 도왔으니 '빚을 갚으라'는 식의 노동계의 몽니와 인사간섭은 국민들의 피로감과 혼란만 키울 뿐이다.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금융·보험업 종사자의 2015년 평균 소득이 전 업종을 통틀어 가장 높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공교롭게도 같은날 금융노조는 "금융권 과당경쟁 더이상 못참겠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놨다. 성과평가제도인 KPI가 은행원들을 실적경쟁으로 내몰고 있다며 관련법 개정까지 나서겠다는 내용이다. 내방 고객이 없다며 일부 은행의 경우 80% 점포 폐쇄 결정까지 나온 마당에 과도한 실적경쟁을 못참겠다는 노조측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는 의문이다. 뚜렷한 근거도, 명분도 없는 정권교체 '지분'을 요구하기에 앞서 청년실업 해소 등 정부의 일자리창출 노력에 노동계가 어떤 방식으로 협조할 수 있는지부터 치열하게 고민하길 바란다. 노동계 요구를 받아들여 전면 폐지된 성과연봉제 대체 방안이 첫걸음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