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단체 '거창연극제육성진흥회(KIFT)'와 거창군 거창문화재단 주최행사(GIFT)로 나눠질 위기 봉착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한국의 '아비뇽'을 추구하며 30년 발자취를 지닌 ‘거창국제연극제'가 같은 날, 같은 곳에서 같은 이름으로 따로 개최될 위기를 맞았다.이 연극제를 시작부터 주관해온 민간단체와 거창군 사이에 개최권을 놓고 고소고발이 오가는 가운데 갈등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연극인들이 통합을 호소하며 중재에 나섰지만 양측의 불신과 견해차가 뿌리깊어 오는 7월 28일 개막까지 한 달을 남겨 놓고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단법인 거창연극제육성진흥회(회장 이종일)는 7월 28일부터 8월 5일까지 경남 거창군 위천면 모동리 거창연극학교와 거창읍 일원에서 ‘제29회 거창국제연극제(KIFT)’ 를 열 계획이다.
반면 거창군수가 이사장을 맡고있는 거창문화재단은 국민 관광지로 널리 알려진 거창군 위천면 수승대에서 ‘2017 거창한(韓) 거창국제연극제(GIFT)’ 를 개최한다.
이같이 두 곳으로 쪼개져 연극제를 열게된 배경은 민간주도로 개최해왔던 행사를 올해들어 거창군이 직접행사를 주관하겠다고 밝히면서 부터이다.상주인구 6만여명인 군단위 지방에서 국제연극제 두 개가 동시에 경쟁하는 따로국밥 ‘한 지붕 두 연극제’ 상황까지 오게된 것은 거창연극육성진흥회와 거창군문화재단 사이에 연극제 개최권을 놓고 그간 쌓였던 갈등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이같은 상황을 보다못한 연극인들이 통합개최와 두 단체간 갈등수습을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27일 오전 11시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거창국제연극제 조직위원장을 지낸 원로배우 최종원씨와 김삼일 대경대 석좌교수를 비롯한 연극인 283명은 ‘거창국제연극제를 지키기 위한 전국 연극인 모임’을 결성한 뒤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단일화촉구 성명을 발표했다.'연극인 모임'은 연극제육성진흥회와 거창군문화재단 사이를 중재해 '거창국제연극제'가 둘로 쪼개지는 파국을 막고 단일 연극제를 꾸린다는 구상이다. 최근엔 거창문화재단 주최 거창국제연극제(GIFT)에 초청받은 박정자, 손숙, 윤석화 씨를 비롯한 연극인들이 “하나의 연극제’가 아니면 불참한다”는 의사를 밝혀 두 단체간 갈등이 봉합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개최를 한 달 앞둔 27일 현재까지 통합개최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이다.그간 두 단체의 갈등은 국비와 지방비를 지원했던 거창군의 공무원들이 줄줄이 행사와 관련해 징계를 받는가하면 이를 집행했던 단체에서도 행사경비정산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보다못한 거창군이 국고지원 중단을 선언했고 국고와 지방비 지원없이 자력으로 연극제를 추진했던 민간단체는 매년 20만명씩 참여하던 행사관람객들이 7만여명으로 줄어드는 결과를 불러오게됐다.결국 직접행사를 주최하겠다는 지방자치단체 문화재단과 민간단체인 진흥회가 갈데까지 가보자는 치킨게임에 이르러 연극제를 살리자는 연극인들이 성명서를 발표하며 단일화촉구에 나서게 됐다.현재로서는 어느 한쪽이 양보하지 않는 한 세계의 유명연극제와 교류하며 '한국판 아비뇽'을 지향해온 30년 역사의 '거창국제연극제'는 국 따로 밥 따로 치뤄지는 '따로국밥'신세를 면하기 어렵게 됐다.한편 지난 2014년부터 2015년까지 2년 동안 개최됐던 거창국제연극제는 문화관광부 축제평가단에 F등급을 받아 국비 4억이 삭감되는 수모를 당했고 관객도 2013년 20만 관객에서 7만 관객으로 격감된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