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일보] 핵폭탄을 만든 것보다 핵발전소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한다. 원자력발전소는 방사능 피폭에 대한 위험성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원전 안전 운영에 대해서는 첫 상용화시기부터 지속적으로 강화돼 왔다.우리나라 역시 1978년 원전 고리1호기 상업운전을 시작하고, 한국형 원전 APR1400 운영에 이르기까지 원전 설계, 제조, 건설, 운전, 정비, 핵연료제조 등의 관련 기술들을 꾸준하게 발전시켜오면서 원전의 안전성, 경제성, 효율성 측면에서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특히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 한국형 신형원전 APR1400 4기를 수출하면서 프랑스, 미국, 일본, 러시아 등의 원전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이후 기술진보를 통해 현재 우리나라의 원전 기술은 최고의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원전 운영까지 포함하면 약 400억 달러를 벌어드릴 UAE에 건설 중인 APR1400은 안전성 강화를 위해 0.3g(진도 7.0) 내진요건을 모두 만족하도록 설계에 반영했다. 또 보조건물의 4분면 배치 설계방식을 도입함으로써 화재, 홍수, 지진 등의 외부 충격에 대한 대처 능력을 한 차원 강화시켰다. 발전용량을 1000MW에서 1400MW로 확대하고 계속운전 갱신기한을 40년에서 60년으로 늘렸다. 건설기간이 52개월로 미국 57개월, 프랑스 60개월, 러시아 83개월 등에 비해 월등한 경쟁력을 갖췄다. 이에 건설단가 역시 ㎾당 2300달러 수준으로 경쟁국 대비 20% 이상의 가격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원전 이용율이나 가동율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있으며, 30년 무사고 운전과 연간 불시고장시간에서도 32.1시간으로 최적의 운전상태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APR1400은 국내에서 2006년 신고리 3, 4호기 원전 건설에 처음으로 도입됐고, 신한울 1, 2호기, 신고리 5, 6호기, 신한울 3, 4호기 등 총 8기 설계에 적용됐다. APR1400의 안전성과 기술력은 UAE 수출로 글로벌 위상이 높아졌으며,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설계인증(DC) 취득이 추진되고 있다.NRC의 설계인증은 특정 노형 표준설계에 대해 규제기관으로부터 사전에 안전성을 인증받는 제도로 2015년 3월 설계인증 사전심사를 통과하고 본 심사를 거쳐 2018년 9월까지 안전성 평가절차를 완료하면 NRC 의결절차 과정을 거쳐 2019년 3월 설계인증을 획득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이처럼 한국의 원전 기술 노하우가 집적된 한국형 원전 APR1400이 NRC로부터 설계인증을 취득하게 되면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시장은 물론 영국을 포함한 해외시장에서 수출경쟁력이 크게 높일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최근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50년 넘게 쌓아온 한국의 원전기술이 사장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원전을 포함한 에너지정책은 제조업의 경쟁력, 양질의 일자리 창출, 수출산업, 안보적 측면 등 연관 분야의 모든 것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추진해야 할 국가적 과제다.국가의 부를 축적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있어서 에너지정책은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그 나라의 여건을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제발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이 원전 산업에 거론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