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이후 유나이티드항공, 아메리칸항공 등 미국 최대 항공사들이 줄줄이 파산위기에 몰렸다. 에어버스, 보잉 등 항공기 제작사들도 항공기 주문량이 급격히 줄어,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경영난으로 몸살을 앓았다.
그러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이 같은 세계 항공산업의 위기를 항공기 도입의 기회로 봤다. 미래를 내다보는 조 회장의 탁월한 경영 혜안이 작용한 것이다. 즉 수요 감소로 가격거품이 빠졌을 때 항공기를 구매해 경제 회복기에 대비하겠다는 판단이었다.
당시 조 회장이 주목한 것이 에어버스사가 개발계획을 세우고 있던 차세대 항공기 A380이었다. A380은 최첨단 소재로 만들어 연료 효율성을 높이고, 1회에 500여명을 실어나를 수 있는 경제성을 갖춘 미래대비 기종으로 적격이었다.
조 회장은 이처럼 항공산업이 침체돼 다른 항공사들이 항공기에 대한 투자를 머뭇거리는 상황에서도 A380 10대를 구입하기로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대한항공이 당시 주문한 A380 10대는 내년 5월부터 2014년까지 순차적으로 대한항공측에 인도된다. 미래 항공 시장에 대한 조 회장의 예측과 판단은 주효했다. 2006년 이후 세계 항공시장은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항공사들은 앞 다퉈 A380을 포함, 차세대 항공기를 주문하기 시작했다.
2002년 2억5000만달러(약 2822억5000만원)였던 A380 한 대당 가격은 3억5000만달러(약 3951억5000만원)로 치솟았다. 주문도 쇄도해 인도받기 까지도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됐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 회복 등으로 항공시장이 유례없는 호황을 맞고 있는 시점에 맞춰 대한항공이 내년 5월 A380을 들여올 수 있게 된 것은 어려운 시기를 투자 기회로 삼는 조 회장의 안목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A380은 대한항공이 고유가를 대비하고 글로벌 항공사 자리매김할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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