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김시은 기자] 국내 양대 서점인 교보문고와 영풍문고의 경쟁이 또 한 번 치열해질 조짐이다.
그동안 백화점과 쇼핑몰 내에 입점해 유리한 상권을 선점해왔던 이들은 최근 스마트폰의 열풍에 힘입어 삼성, LG전자와 각각 제휴를 맺는 등 대기업을 등에 업는 형태로 발전을 꾀하고 있어 2차 격돌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이들의 대기업 물타기 경쟁전략은 중소형 서점들의 입지를 점점 더 좁히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매일일보>이 중소형 서점 죽이는 교보와 영풍의 대기업 물타기 경쟁전략을 취재해봤다.
백화점과 쇼핑몰내에 유리한 위치 선점해온 교보VS영풍문고
대기업 스마트폰 열풍으로 삼성, LG전자에 힘입어 2차 격돌
교보문고와 영풍문고의 대기업 물타기 경쟁전략은 백화점과 쇼핑몰 내에 입점해 유리한 상권을 선점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지난 8월 오픈한 부산 중구 롯데백화점 광복점 신관 내에 영풍문고가 들어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롯데 백화점 관계자는 “경쟁사인 신세계 센텀시티 교보문고의 17만권보다 앞선다”며 국내 백화점 어느 곳에서도 만날 수 없는 23만권의 서적을 보유하고 있는 영풍문고 매장을 자랑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 2년 전 입점한 교보문고는 세계 최대 규모인 신세계 백화점 센텀시티점에 입주해 유리한 상권을 선점해왔다.
그러나 롯데의 도움에 힘입어 영풍문고는 교보문고와 경쟁태세를 갖출 수 있게 됐다. 이들의 싸움은 비단 교보와 영풍의 싸움이 아니다. 유통업계 강자인 롯데와 신세계의 자존심경쟁이기도 한 것이다.
교보VS영풍은 곧 삼성VSLG?
최근엔 인터넷 서점의 발전과 맞물려 이들의 대기업 물타기 경쟁전략은 더욱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스마트패드(태플릿 PC) 열풍 역시 이중 하나. 영풍문고는 LG전자가 새로 내놓을 스마트패드에 자사 전자책 애플리케이션(앱)이 기본 탑재된다고 지난 10월25일 밝혔다.
LG전자의 스마트패드는 내년 초 출시될 예정이지만 이보다 앞서 교보문고가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A·S’에 전용 앱을 탑재해 서비스하고 있다. 내달 출시 예정인 갤럭시탭에도 교보문고의 앱이 기본 탑재된다. 이로써 영풍문고와 교보문고는 삼성과 LG라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등에 업고 새로운 경쟁구도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영풍문고 관계자는 “교보문고 보다 상대적으로 뒤처진 전자책 사업을 강화하면서, 오프라인 서점의 경쟁력을 전자책 사업에도 이어 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찍부터 스마트폰으로 눈을 돌린 교보문고의 입지가 점차 견고해지고 있어 영풍문고가 이를 앞지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통해 발생한 전자책 콘텐츠 매출이 교보문고의 전체 전자책 콘텐츠 소비자 매출 중 30%에 달한다. 스마트폰을 통한 일일 최대 전자책 판매액도 700만원 정도로 알려져 있어 이미 교보문고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 결국 스마트폰을 통한 이들의 콘텐츠 싸움은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싸움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LG전자의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고객이 영풍문고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고객이 교보문고의 전자책 콘텐츠를 구입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중소형 서점 죽이는 전략?
하지만 문제는 이들 서점이 대기업을 등에 업는 경쟁전략을 펼침에 따라 문을 닫은 중소형 업체들이 늘어난다는 데에 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부산지역에서 30여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던 동보서적이 9월30일 문을 닫았다.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점 내에 교보문고 매장에 이어 2년여만, 롯데 광복점 신관에 영풍문고 매장이 들어선지 불과 한달여만의 일이다. 이어 55년째 자리를 지킨 문우당서점 역시 10월31일자로 문을 닫을 예정이다. 이들 서점이 잇따라 문을 닫은 데에는 인터넷 서점의 급성장도 있겠지만, 서울 대형 매장의 지방 진출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문우당서점 대표는 “대형 서점들이 들어오면 아무래도 매출에 더 지장을 주는 것은 사실인데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이 때문인지, 일각에선 인터넷 서점의 등장으로 겨우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는 원도심 지역 서점들이 대형 서점의 등장으로 아예 명맥이 끊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드러냈다. 백화점 개점으로 중구 일대에 유동인구가 늘어나는 점은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으나 교보와 영풍은 부산지역의 백화점과 쇼핑몰, 즉 대기업들을 끼고 유리한 상권을 선점하면서 이들 서점의 입지를 좁혀나가는 형태로 발전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들 대형서점이 죽이는 건 오프라인 매장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교보와 영풍문고는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상에서 더 활발하게 경쟁을 펼쳐왔지만, 이제는 삼성과 LG라는 대기업 업히기 경쟁전략으로 중소형 온라인 서점의 입지까지도 흔들 전망이다. 이는 중소형 서점과의 상생과 나눔경영을 외치던 그동안의 경영 전략에도 어긋나는 것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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