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있다시피했던 범여권의 ‘대권엔진’에 시동 걸 수 있을까?
[135호 정치] 지난해 4월 ‘헌정사상 첫’ 여성 총리로 취임하면서 “소통과 어울림, 그리고 화해와 통합의 리더십을 통해 ‘일 잘하는 총리’가 되겠다”고 약속했던 한명숙 전 총리는 약속대로 10개월여 간의 업무기간 동안 국정을 원만하게 이끌었다는 안팎의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일 국정브리핑을 통해 “한 총리는 재임기간 갈등 현안 주요 당사자와의 간담회를 적극적으로 추진, ‘대립적 논의구조’를 ‘대화를 통한 협의구조’로 견인한 것을 비롯, 어머니같은 부드러운 리더십을 통한 섬세하고 안정감 있는 국정수행자세는 각계의 참여와 지지를 얻어내는 원동력이 됐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재임기간 동안 안정적인 국가위기 관리 능력과 함께 화합과 소통의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민생총리’ ‘현장총리’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 총리는 그러나 재임기간 내내 ‘헌정사상 첫’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녀 개인적으로 부담스러운 행보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5월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첫 여성 총리로서 책임감이 무겁다”고 밝힌 이후, 이와 비슷한 발언을 입버릇처럼 달고 지냈을 정도다. 취임 초기에는 ‘얼굴 마담’이 될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정치권에서 제기됐는데, 국정 장악력과 정책 전문성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였다. 언론들은 “한 총리가 전임 이해찬 총리처럼 책임총리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인지 여부가 주목된다”며 국정운영에 대한 불안감을 내비치기도 했다.그러나 한 총리는 특유의 리더십을 발휘, 민생현장 방문시 간담회 등을 통한 정책 토론과 대화의 자리를 마련해 현장과 정책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정책의 실효성을 높여나갔고, 특히 열린우리당 중진의원 출신으로 당청간 조정자 역할도 무난히 소화해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물러났다. 그는 이임사에서 “대한민국의 첫 여성 총리로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었던 지난 시간 동안 참으로 영광스러웠고 보람이 컸다”고 말했다.◇ “첫 여성총리”…언론, 여성계 “환영”
헌정 사상 최초 여성 국무총리 탄생에 대해 언론들은 지난해 말, “경사”라는 표현을 쓰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여성계에서는 10대 뉴스를 뽑으며 “굵직한 사건”이라고 표현했다. 어느 분야보다 여성들의 참여가 어려웠던 정치 분야에 여성 총리가 등장한 것은 어느 면에서 보나 정치발전에 의미있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58년 만에 최초의 일이었다. 열린우리당 한 관계자는 “여성총리 탄생은 보수의 벽에 갇혀있던 정치분야에서 조차 여성의 역할 증대라는 사회적 흐름이 거부할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한 총리는 스스로도 첫 여성총리라는 타이틀에 대해 “우리나라 정치발전의 한 획을 긋는 굉장히 상징적인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그리고 10개월 후 ‘대권엔진’에 ‘시동’
한명숙 총리는 지난해 4월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5.31지방선거의 공정한 관리를 위해 여당 당적을 포기하라”는 한나라당의 요구에 대해 “당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는 당시 한 총리의 당 복귀 문제와 자연스럽게 연계됐었고, ‘아니나 다를까’ 결국 지난 달 22일 그는 총리직 사퇴 및 열린우리당 복귀 의사를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이런 까닭에 정치권은 통합신당 추진을 위한 각 정당 내 계파의 움직임이 가속도를 붙이고 있는 상황에서, 업무를 마치고 당에 복귀한 한명숙 총리가 ‘대권엔진’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시동걸지 주목하고 있다.“당의 중요한 자원인 한 전 총리가 대선행보를 할 경우 범여권 전체 후보군의 경쟁을 압축하고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한 열린우리당 조정식 홍보위원장의 말처럼, 그는 정치권에서 벌써부터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대립각을 형성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열린우리당은 그래서 그의 ‘귀환’에 대해 이례적으로 환영식까지 열었고 한 전 총리는 이에 보답하듯 “앞으로 서로 통합하고 그리고 신뢰를 회복하는 일에 있는 힘을 다해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행보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자제 중이지만, 예비후보군들의 경쟁에 불을 댕기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당 안팎에서 퍼지고 있다.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이와 관련 “한 총리가 나름대로 많은 정치적 기대를 갖고 시작했으나 민생은 외면하고 대선주자로서 수업에 빠졌던 것”이라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노무현 대통령과 코드 맞추기에 급급했다는 것이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