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과 사법부…그리고 LG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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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과 사법부…그리고 LG를 생각한다
  • 김경탁 기자
  • 승인 2011.06.20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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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탈세사건→스캔들→직무유기→거악 증명…국민이 기댈 공권력은?
▲ “삼성을 생각한다”고 말했던 김용철 변호사(오른쪽)와 “LG를 생각하고 있는” 김종혁 신우데이타 사장
[매일일보] 자신이 ‘토사구팽’ 당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이 거래하던 대기업의 탈세사실(자신이 스스로 범죄 행위의 공범이었음)을 폭로했다가 해당기업으로부터 제기된 명예훼손 혐의로 민형사상의 처벌을 받게 된 사람이 있다. 대형마트 체인 홈플러스에서 LG 브랜드 컴퓨터 대리점 사업을 오랜 기간 영위하다가 LG전자에 의해 사실상 영업권을 강탈당한 후 거리로 나앉은 김종혁 신우데이타시스템 사장에 대한 이야기이다.김종혁 사장의 사연은 이미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내용이기는 하지만 그가 여전히 LG전자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대다수 언론매체들의 외면 속에 잊혀져 가고 있다. 김 사장과 LG전자 사이에는 현재 명예훼손 등과 관련한 민형사상의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이 재판에서 명예훼손 여부를 가르는 핵심 쟁점이 되는 부분이 LG전자의 탈세 사실에 대한 내용이다.

김 사장의 탈세 제보로 이루어진 영등포세무서의 세무조사에서 LG전자는 2009년 말 탈세사실이 확인돼 1억 3천여만원 상당을 추징당했는데, 2010년 2월1일 과세전적부심사를 통해 이 추징세액 전체가 뒤집어졌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문제의 사안이 '조세범칙 사건'에 해당하고, 조세범칙 사건의 경우 처음부터 과세전적부심사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이 사건을 '탈세 은폐 의혹 사건'으로 규정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다.

이와 관련 국세청이 자체 조사 과정을 거쳐 김 사장에게 “절차를 지키지 못한 해당 공무원을 관련 규정에 따라 처분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라는 공문을 내준 것은 추징조치가 뒤집어진 후로부터 무려 1년여가 지난 2011년 2월 중순의 일이다.

국세청 세무조사를 통해 LG전자의 탈세 사실이 드러났고, 국민권익위를 통해 추징을 뒤집은 국세청의 행위가 위법하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며, 이와 관련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김 사장의 입지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이후 내려진 재판 판결문에는 김 사장이 폭로한 LG전자의 탈세가 사실이라는 점이 전혀 포함되어있지 않은 채로 그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사실, 핵심 증거가 누락된 것은 이 뿐이 아니다.

공판과정에 LG전자의 영업권 강탈과 위장계열사 운영 등을 증명하는 전 LG전자 직원이나 홈플러스 관계자 등의 증언과 증거는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로 검찰의 기소장을 그대로 복사한 듯한 판결문이 나왔다.


현재 김 사장 사건은 민사재판이 1심과 2심을 모두 패해서(원고 일부 승소) 대법원으로 넘어간 상태이고, 형사재판 역시 1심에서 패해서 2심 첫 공판을 앞두고 있다.

민사 1,2심 재판부가 김 사장의 LG전자 탈세 폭로를 ‘허위사실’로 본 이유가 무엇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판결문이 재판 과정에 나온 핵심 증언 대부분을 누락해버린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제출된 증거물 자체를 무시한 것에 대해서는 상식적으로 설명이 쉽지 않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해 김 사장은 국세청의 위법적 과세전적부심사를 통한 추징 번복이 원상회복되지 않은 것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국세청을 수차례 찾아가 “후속조치는 어떻게 되고 있느냐”고 따졌지만 국세청 관계자가 들려준 답변은 “행정심판을 청구하라”는 것이었다.

자신이 토사구팽당한 과정에 대한 억울함을 사법적으로 해소할 경제적 여력(변호사비용 등)이 없어서 1인 시위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한 투쟁을 힘겹게 이어나가고 있는 김 사장에게 “억울하면 행정심판을 제기하라”는 국세청 관계자의 답변은 조롱처럼 들렸다.

김 사장은 LG전자가 저지른 허위 가공거래에 의한 탈세의 공범이다.

자신의 억울함, 대기업의 부당한 행위를 증명하기 위해 자신의 범죄사실(탈세 가담)을 증언했지만 대부분의 권력기관들로부터 투명인간 취급을 받고 있는 김종혁 사장.

『삼성을 생각한다』는 책을 냈던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구조본 법조팀장)의 그림자가 그에게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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