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지난 17일 기획재정부의 2010년 공공기관 기관장에 대한 경영평가 발표 결과, 한국가스공사가 기관장 평가 우수(A)공기업으로 선정되면서 논란은 가열됐다.
주강수 가스공사 사장은 지난해 이라크에서 주바이르 유전, 바드라 유전, 아카스 가스전, 만수리아 가스전 등 4건의 대형 유전 및 가스전을 수주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가스공사는 평가 대상 공기업 중 유독 사건사고가 많았다. 지난해 4월 천안함 사건 당시에는 상임이사와 직원들이 골프를 쳐 논란이 된 바 있으며, 고위직 임원은 강원랜드에서 카지노를 하다 적발됐다.
또 최근에는 삼척기지 LNG 건설본부장이 향응접대를 받은 것이 사정당국에 적발, 무보직 발령으로 대기 상태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직원들의 비위가 많았던 가스공사의 수장이 우수 평가를 받은 것과 관련해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공기업 고위 관계자는 "비리로 구설수에 오르면 사실상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든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스공사의 경우 작년에만 수차례 각종 비리가 터졌는데도 불구하고 기관장 평가에서 높은 평가(A등급)을 받은 것은 의아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결과가 나온 것은 현행 경영 평가 시스템은 직원들의 비위 여부에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의 윤리경영을 평가하는 항목인 책임경영의 만점은 4점이다. 총점(100점) 기준으로 2.5%에 불과하다. 윤리적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최대 점수차가 4점에 불과한 셈이다. 반면 주요사업활동과 사업성과는 각각 15점, 25점을 차지한다.
주무 부처인 기재부는 일단 경영평가의 주 역할이 직원들의 비위를 지적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기재부 관계자는 "(경영평가의)첫번째는 공기업이 서비스 공급을 얼마나 잘하고 있는 지는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재부는 경영평가에 대한 국민들의 체감도가 떨어지는 점을 감안, 올해 공기업 평가 과정에서는 는 평가지표에 국민체감도를 반영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민평가 항목을 신설해 고객만족도 조사 과정에서 해당 공기업과 이해관계가 있는 납품업체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에게도 평가 기회를 주기로 했다. 구조적으로 이해관계가 있는 업체들은 기업에 점수를 후하게 줄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윤리경영 가중치를 높이거나 직원들의 비위를 평가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표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경영평가 시 어느 항목에 가중치를 둘 것인가는 평가자의 가치판단에 따른 것"이라면서도 "최근 공공부분의 비리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책임성 있는 새로운 기업의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윤리경영이라는 항목에 가중치를 더 줄 필요는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원호 경제정의실천연대 정부개혁위원장(카톨릭대 교수)은 "경영성과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윤리경영이다"며 "현재 4%의 가중치는 굉장히 미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영성과를 확인하는 것이 경영평가의 주된 목적이지만, 윤리경영을 강화하는 것이 평가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은 아니다"며 "차제에 가중치를 올리거나 현재 가중치에 직원들의 비위 사실 등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항목을 구체화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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