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외통위원들은 이날 회의에서 비준동의안 상정 여부를 논의했으나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와 홍희덕·강기갑 의원 등이 회의장에 들어와 강력 항의하면서 회의가 파행으로 이어졌다.
남경필 위원장은 이에 대해 "이런식으로 하면 FTA 비준안을 직권상정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고, 남 위원장이 비준안 상정을 선언하려는 순간 민주당 김동철 간사 등이 위원장석으로 나와 발언을 저지하면서 여야의 대치가 이어졌다.
남 위원장은 야당 의원들과의 승강이 끝에 "의사일정 제 4항 대한민국과 미합중국간의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상정한다"고 선언, 안건을 직권상정했다.
이에 강기갑 의원 등은 "이게 뭐하는 짓이냐. 미국가는데 선물이 필요하냐"며 "남 위원장이 교묘하게 이럴 줄을 몰랐다"며 고성을 터트렸다.
야당 의원들은 남 위원장이 민주당 김동철 의원의 제안을 받고 "미국에서 먼저 무역조정지원제도(TAA)를 처리하기 전까지는 한국 국회에서 비준안을 처리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후에야 회의장을 떠났다.
앞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날 회의에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가 객관적으로 명확해지는 시점에 여야 간사 합의를 거쳐 (동의안을) 직권상정한다'는 지난 1일 합의 요건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외통위 한나라당 간사인 유기준 의원은 "해리 리드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의 발언으로 미국의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가 객관적으로 명확해진 시점"이라며 "여야 합의대로 오늘 이 자리에서 비준안을 상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미국 의회에서 FTA 비준안을 처리하는데 걸리는 기간은 평균 33일이고, 호주의 경우 10일이었다"며 "더이상 상정을 미루면 해외국감 일정 등으로 너무 늦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간사인 김동철 의원은 "민주당은 남경필 위원장이 그동안 인내하며 FTA비준안을 대화와 타협으로 원만하게 진행한 것에 대해 평가하고 있었다"며 "이에 화답하는 의미에서 지난 1일 상정시점에 대해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그러나 "현재는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조속히 처리하겠다고 말한 것 밖에 없지 않느냐"라며 "상원 원내대표의 말 한 마디에 우왕좌왕해야 하느냐"라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객관적으로 명확한 시점'은 미국 행정부가 이행법안을 미 의회에 상정하는 시점으로 봐야 한다"며 "미국에서 이행법안이 상정되지 않은 이상 한국 국회가 더이상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 역시 "농업 기본 부분에 대한 배려, FTA 무역조정 지원법 등에 대해 여야 간사와 정부가 약속해 주지 않는다면 FTA비준안 상정에 반대할 수 밖에 없다"며 "FTA는 추진해야 하지만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분야가 있다면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경필 위원장은 이에 "여야정협의체에서 농업 분야를 포함해 각 부분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며 "오늘은 상정만 하고, 이후에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여야 위원들의 발언과 정부의 의견을 청취한 후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신낙균 의원은 "미국 상원 원내대표의 말을 근거로 '객관적으로 명확한 시점'이 됐다는 것은 아전인수격 해석"이라며 "미국의 경우 공화당이 하원을 잡고 있어 통과가 불확실하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황진하 의원은 이에 대해 "'프리핸드'를 가진 위원장이 상정을 해야 할 시기"라며 "야당은 계속 다른 이유를 찾아가며 반대했고, 그 때문에 협의도 못하고 상정도 못하고 있지 않느냐"라고 맞섰다.
황 의원은 또 "위원장이 상정할 때"라며 "(처리)시간을 조절하는 것도 가능하니까 생산성없는 갑론을박 을 그만두고 직권 상정을 해달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송민순 의원은 "오늘은 여야가 합의한 '객관적으로 명확한 시점'이 됐는지 안 됐는지를 논의하는 자리"라며 "하원에서 무역조정지원제도(TAA)가 통과됐는지, 백악관이 FTA비준안을 송부했는지 둘 중의 하나만 충족되면 그 시점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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