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공단-기무사, 개인정보 유출사건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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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공단-기무사, 개인정보 유출사건 전말
  • 변주리 기자
  • 승인 2011.11.15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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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 또 '민간인 사찰'…건보공단 개인정보 빼내다 ‘들통’

[매일일보 변주리 기자]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의 수사를 가장한 인권침해가 도를 넘고 있다. ‘조선대학교 기광서 교수 사찰 사건’이 지난달 열린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밝혀진 지 얼마 되지 않아, 기무사가 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의 한 직원을 통해 멀게는 2005년부터 민간인 정보를 조회·수집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기무사는 관련 법령을 들어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공식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정보를 조회해 왔던 기무사측의 해명은 그간 사찰을 당해온 피해자들을 쉽사리 납득시키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건보공단 직원 친분 이용해 접근…개인정보 몰래 빼내다 ‘들통’

국방부, ‘간첩사건’ 수사 때문이라지만 광범위한 개인정보 수집

법조계 “기무사, 권한 범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 아닌지 의문”

기무사가 건보공단 직원을 통해 건보공단 전산망에 수록된 민간인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조회한 사실이 밝혀진 것은 지난 11일. 건보공단의 내부감사로 불법 정보유출 행위를 한 것이 밝혀져 해고된 임모씨가 지방노동위에 구제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알려졌다.

확인된 것만 62명?

건보공단의 내부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임씨는 1999년 개인정보 확인 차 협조공문을 가져 온 국가기관 직원 최모씨와 인연을 맺게 됐다. 최씨와 친분이 쌓인 임씨는 2002년경부터 간헐적으로 공문 없이 개인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2005년 최씨는 기무사 요원인 친형을 임씨에게 소개해줬다.

이후 임씨는 기무사 요원 최씨가 전화로 특정인의 개인정보를 부탁할 때마다 직장과 가족사항 등 정보를 넘겨줬으며, 이들은 대부분 민간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 <표=건강보험공단 2011년도 1월~2월 감사결과보고서>

2008년 3월부터 3년6개월간 공식 절차를 거치지 않고 기무사 요원이 수집해 간 개인정보는 확인된 것만 총 62명이며, 이 외에도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월평균 1회 정도 전화 요청에 따라 2~3명의 개인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한 사실이 임씨의 진술을 통해 밝혀졌다.

기무사 요원의 개인정보 무단 수집은 임씨의 통화를 우연히 들은 동료 직원에 의해 지난해 8월 발각됐고, 임씨는 건보공단 내부 감사를 거쳐 지난 3월 해고 됐다.

임씨는 이에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제기했으나 서울지방노동위는 해고가 정당하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임씨는 “기무사에 관행적으로 민간인 정보를 제공해왔는데 이런 이유로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개인정보조회 절차 무시

▲ 국군기무사령부.
사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국방부는 12일 “원정화, 흑금성 간첩 사건 수사당시 이들과 접촉하거나 전화 통화한 이들 중에 군이나 군 관련 기관에 근무하는 사람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이러한 정보자료 요청은 군사법원법 제231조와 형사소송법 제199조, 국가정보자료관리규정 제8조에 의해 수사목적상 합법적인 활동”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국방부는 “자료 협조를 요청받은 건보공단 직원이 상급자에게 보고한 후 답변해야하는 내부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이유로 징계를 받게 됨에 따라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라며 이번 사건의 책임을 해당 직원 개인의 일로 축소시켰다.

자료 협조 및 요청에 관한 절차에는 건보공단의 내부 규정만이 있을 뿐, 기무사가 어떤 형식을 갖춰 해야 한다는 법적 규정이 없으므로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군사법원법 231조는 “수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조사를 할 수 있으며, 수사를 할 때에는 관공서나 그 밖의 공사단체에 수사에 필요한 사항을 조회하여 보고를 요구할 수 있다”는 규정은 있지만 그 절차에 대한 규정이 별도로 있는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 건보공단 관계자는 “민간인의 정보를 제공했느냐 아니냐는 별개의 문제”라며 “해당 직원이 해고를 당한 것은 일정한 절차를 갖추지 않고 개인정보를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기무사, 법규 임의적 해석·월권 논란

하지만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기무사가 법을 임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studioxga’는 “기무사의 불법 개인정보 조회에 대해 기무사는 법에 정해진 절차가 없다고 불법이 아니라고 우긴다. 절차가 없다고 맘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꼬집었다.

개인정보를 받기 위한 절차의 정당성을 따지기에 앞서 기무사의 권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도 지적됐다.

지난 9월 밝혀진 ‘조선대학교 기광서 교수 사찰 사건’의 소송 맡아 절차를 준비 중인 A 변호사는 “형식적인 해석으로는 틀린 말은 아니지만 기무사가 업무를 하는데 있어 실질적인 요건, 즉 ‘수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조사’냐 아니냐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방부는 간첩 사건을 내사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요청한 것뿐이라고 변명했지만, 실질적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 일이라고 본다”며 “(수년에 걸쳐 62명 이상의 민간인 정보를 수집한 것은) 기무사가 가진 권한 범위 내의 일인지, 기무사가 업무를 수행하는 데 진짜 필요한 일이었는지 등에 대한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국방부(기무사)가 이번 민간인 정보 조회 사건의 이유로 밝힌 원정화, 흑금성 간첩사건은 각각 지난 2007년과 2010년 밝혀진 사건으로, 간첩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지나치게 오랫동안 정보 조회가 이뤄져 왔다는 지적이다.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 피해 당사자인 조선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 기광서 교수 역시 “이번 사건은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 피해자 중 한 사람으로써 기무사의 광범위한 민간인 사찰이 다시 한 번 드러난 일이라고 본다”이라며 “민간인 정보 수집은 당연히 불법 행위”라고 비판했다.

‘조선대학교 기광서 교수 사찰 사건’은 국군 기무사령부 요원 2명이 조선대학교 기광서 교수의 e-메일을 해킹해 자료를 빼내는 사찰행위를 했다가 구속된 사건으로, 국방부는 최근까지 “요원들이 개인적으로 벌인 일”이라며 조직적인 민간인 사찰을 부인하고 있다.

한편,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 논란은 지난 1990년 국군보안사령부 윤석양 이병의 양심 선언이 있은 후로도 끊임없이 제기돼 왔으며, 지난 2009년에는 민주노동당원 및 인터넷 카페 ‘뜨겁습니다’ 회원 15명을 수개월~수년간에 결쳐 미행하는 등 지속적으로 사찰한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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