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최소연 기자] 횡령 및 비자금 의혹에 휩싸인 박찬구(63)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18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 회장은 1999년부터 2009년까지 비상장계열사인 금호피앤비화학의 법인자금(107억5000만원)을 무담보 또는 낮은 이자로 빌려 쓰는 등 수법으로 모두 274억여원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결과 박 회장은 포장용 나무박스를 납품하는 업체에게 대금을 과다지급한 후 과다지급분(112억6000만원)을 박 회장 자신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제3의 회사를 통해 돌려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박 회장이 나무박스 납품업체로부터 되돌려 받은 약속어음 할인자금(32억원)을 금호석화 주식 매수자금으로 쓰는가하면, 금호석화에서 나온 고무 부산물을 자기 소유 회사에 싼값에 팔아서 생긴 차익(21억8000만원)도 챙겼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박 회장이 납품대금 지급을 가장한 횡령, 비상장계열사 자금 유용, 납품대금 과다지급을 통한 횡령, 부당 염가매각을 통한 부당지원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점을 감안해 불구속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또 "특히 미공개중요정보 이용은 일반 주식투자자들에게 예측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히고 시장과 기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증권시장 교란 사범"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검찰은 이달 초 박 회장을 구속시킨 상태에서 조사하겠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지난 6일 "일부 혐의에 대한 검찰의 소명이 부족하고, 나아가 일부 소명된 혐의 부분도 피해가 이미 회복됐거나 피해 회복이 담보돼있다" "사실관계와 관련한 증거자료들이 이미 확보돼있어 도주나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 등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그동안 검찰은 지난 4월부터 서울 종로구 신문로 금호석유화학 본사와 거래처 4곳을 압수수색하는 한편 6월까지 박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3차례 소환하는 등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해왔다.
한편 박 회장은 형인 박삼구(66)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그룹 경영권을 놓고 '형제의 난'을 벌이다 2009년 7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지난해 3월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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