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양훈 기자] 극지(極地)지역 연구에 세계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극지연구소’가 연구진, 대원들의 눈부신 활동으로 미지의 세계를 활짝 열고 있다.
극지연구소(소장 윤호일)는 위도가 높은 남극, 북극 극지(極地) 지역을 국제적인 수준으로 연구하기 위해 설립된 정부 출연 연구소로, 최저 온도가 –89,2°C의 상상을 초월하는 극한 지역을 누비며 대원들의 뜨거운 열정이 녹아들면서 지난 2014년, 2018년 세계최초로 남극 어류 유전체 해독, 남극 미생물 이용 혈액 보존제 개발에 성공, 연구진의 눈부신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앞서 지난 2013년에는 남극에서 최초로 달 운석 발견, 2015년 세계최초로 열수 분출구 발견 등 2018년 남극 빙붕 붕괴 과정 규명, 올해는 새 맨틀 발견 등 이제는 낯설지 않은 세계최초라는 수식어 속에 국제적 수준을 넘어선 세계적 연구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극지연구소는 단식 중인 남극 펭귄의 분변을 관찰해 몸속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알아내. 이번 달 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게재돼, 국내 연구진의 연구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쾌거를 이루었다.
펭귄은 매년 번식을 마치고 겨울이 되기 전 2~3주 가량 깃갈이를 하는데, 이 기간에 물속을 헤엄칠 수 없어 자발적 단식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연구팀은 지난 2013년 세종과학기지에서 남동쪽으로 2km 떨어진 펭귄마을, 남극특별보호구역 171번에서 젠투펭귄과 턱끈펭귄 수십 마리의 분변을 채취했다.
유전자 염기서열 조사에서, 단식 중인 펭귄의 분변에서 푸소박테리아 (Fusobacteria)의 비율이 높게 나타났는데, 이 균은 지방산을 생산해 펭귄의 면역을 높이고 체내에 지방을 축적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단식 전과 비교해 다른 미생물들도 구성이 변했으며, 특히 젠투펭귄에서 미생물의 다양성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이 같은 미생물 변화는 남극의 혹한 환경에서 단식에 따른 생리적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적응 과정의 결과라는 것으로 파악했다.
과거 호주에 사는 쇠푸른펭귄과 사우스조지아섬의 임금펭귄을 대상으로 유사 연구가 진행됐지만 남극 펭귄의 분변을 정밀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극지연구소 연구진, 대원들의 쉼 없는 발걸음이 우리나라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논문 제1저자이자 교신저자인 이원영 극지연 선임연구원은 "지구온난화로 극지가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남극 생물들의 생존전략을 밝히고, 기후변화가 남극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는 방향으로 연구를 확대 하겠다"며 극지 지역에 대한 미래의 세계를 한 걸음 더 내 딛고 있다.
앞서 봄철 극지방 대기에서 나타나는 높은 농도의 요오드 분자(I2)가 얼음에서 생성되는 과정을 규명, 환경 분야의 저명한 학술지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2019년 5월호에 게재되며, 극지연구소 연구진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논문 표지를 장식했다.
극지방 대기의 요오드는 오존을 파괴하고 구름 생성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기후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중요한 연구사례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극지연구소와 한림대, 포스텍, 체코 마사릭대, 스페인 물리화학연구소 등으로 구성된 국제 공동 연구팀은 요오드의 비생물학적 생성원인을 찾기 위해 극지와 유사한 환경에서 실험을 수행했고, 얼음이 어는 과정에서 많은 양의 요오드 기체가 생성되는 사실을 확인했다.
극지 바다에 녹아있는 요오드물질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요오드산염(IO3-, iodate)이 자연계에 흔히 존재하는 질소산화물과 섞인 액체는 상온에서 아무런 변화가 없었지만, 얼어붙으면서 요오드분자(I2)와 요오드화물(I-)을 빠르게 만들어 냈다.
이는 화학반응이 저온에서 느리게 일어난다는 기존의 이론과 반대되는 현상으로, 동결 과정에서 얼음 결정 주위에 형성되는 유사액체층(Liquid-Like Layer)에 녹아있던 물질들이 모이는 ‘동결농축 효과’(Freeze concentration effect)에 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빛이 없는 조건에서도 요오드물질의 화학반응이 활발하게 일어남에 따라 고위도 지방의 극야 기간에도 동일한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연구팀은 동결농축효과를 이용해 오염물질이 정화되거나 독성이 줄어드는 화학 반응을 찾아낸 바 있다.
김기태 선임연구원은 “얼음에서 발생하는 독특한 화학반응이 실제 극지에서 얼마나 일어나는지를 확인하고, 기후변화 대비 자연의 자정 능력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연구를 확대할 계획이다”고 밝혀, 연구진들의 끝없는 도전을 엿볼 수 있다.
극지연구소 윤호일 소장의 세계적 수준의 연구 결과에 대한 대외적 발언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윤호일 소장은 “인간의 가장 낮은 밑바닥을 볼 수 있는 환경이며, 인간이 자연 앞에서 가장 겸손해지는 시간으로, 남극과 북극은 아직도 많은 것들을 인간에게 보여주지 않은체 베일에 가려 신비로움을 간직하고 있다“면서,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인간의 도전이 어리석기도 하지만 도전하는 인간의 한계는 끝이 없다”며 연구진들의 무모한 도전 속에서 찾아낸 보석 같은 연구 결과에 대한 연구진의 값진 순간들을 되짚었다.
윤 소장은, 세계의 문을 여는 연구진들의 노력에는 “인간의 최대의 실수인 지구 온난화라는 연구적 성격도 있지만 세계 여러나라들이 북극에 집중하는 이유는 지중해 30배 크기의 바닷속에 묻혀 있는 막대한 지하자원과 수산자원이 있다는 것에 뛰어들고 있다”며 각 국들과의 신뢰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이어 그는 “북극지역의 대부분의 영해가 미국·러시아 등 북극권 8개 국가로 둘러싸여 독자적 연구 활동이 불가능해 우리나라 같은 비 북극권 국가들은 그들과 우호적 신뢰를 얻은 후 개발이나 조업 때 공동협업하는 시스템으로 접근하는 전략을 펼쳐야 북극권에서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우리 연구진들의 무모한 도전 속에 찾아낸 보석 같은 결과가 이들에게 신뢰를 안겨주고 있다”며 강조했다.
또 수십만년 동안 혹한에서 얼지 않고 살아온 남극 미세조류 유전자를 분석해 결빙 방지물질을 개발. 20억원에 산업체로 기술이전, 이 기술로 혈액을 장기보관할 길을 여는 한편, 집단지성이 필요한 극지연구에 다른 연구기관에 문호를 개방, 현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을 포함해 다른 연구원과 극지 실용화 연구과제 4개 항목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미지의 세계, 얼음 왕국을 파고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