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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미국에서 8년을 살았고, 한국에서 학원 강사로 일한 지 8년째다. 영어로 매일 말할 수 밖에 없었던 환경이 8년, 영어를 가르친 세월이 8년이다. 그 과정에서 겪었던 시행착오 그리고 학생들이 영어로 인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수 없이 봐왔다.
언어를 마스터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된 과정인지, 신기루처럼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허상인지를 매일 매일 느끼게 된다. 그야말로 ‘언어는 평생을 공부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영어 강의를 업으로 삼고 있음에도 절실히 깨닫는다.
우리는 시험 점수를 그리고 등급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외국어를 공부한다. 시험용 외국어 공부는 보통 단기간에 끝낼 수 있다. 매년 200만 명이 응시하는 토익 시험은 대개 2개월의 최적화된 커리큘럼이면 출제 유형과 핵심 포인트를 빠짐없이 전달할 수 있다. 오픽과 토익스피킹과 같은 영어말하기 시험도 2주 코스 혹은 한달 코스처럼 단기에 주요 포인트를 짚어주는 강좌들이 인기가 많다.
반면, 소통의 도구로서 언어를 습득할 때에는 이 방식이 통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시험용 공부 방식에 익숙해져 버린 탓에 어떻게 해서든 짧은 시간에, 최대한 시간 효율적인 방법에만 집착하게 된다. 외국어도 결국 지나쳐야 하는 수 많은 관문 중에 하나로 보고, 그 이상의 관심과 노력은 투자하지 않으려는 경향 또한 강하다.
그래서 영어를 공부하는 시간보다 ‘영어 공부법’을 검색하고 블로거, 유튜버가 추천하는 문법서 회독하기, 원서 읽기, 영화로 공부하기 등과 같은 공부 방법을 시도하고 포기하고를 반복하다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외국어 공부를 굳이 비유하자면 마라톤과 같다. 단거리로는 어림없다. 꾸준함 없이 외국어를 마스터할 수 있는 방법은 결단코 없다. 점수로 성과 측정이 바로 가능한 시험용 외국어와는 양적으로 다르다.
‘6개월만에 원어민처럼 말할 수 있다’, ‘1개월 만에 영어 발음 교정이 가능하다’는 말은 ‘1억만 투자하면 앉아서도 매월 200만원씩 수익이 들어옵니다’와 같은 사탕발림에 지나지 않는다. 외국어를 가르치는 사람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언어도단이다.
취업, 이직, 승진 등과 같은 목적을 위해 토익, 오픽, HSK 등의 공인 외국어점수를 외국어 평가의 잣대로 사회가 요구하기 때문에 공부할 뿐이다. 그렇다고 소통을 위한 외국어를 공부하는 방식과 혼동해서는 안된다. 아이들이 수 많은 단어와 문장을 접하며 언어적인 뼈대를 형성해 나가는 것과 같이 우리도 오랜 기간을 목표로 잡고 꾸준하게 외국어와 대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