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신승엽 기자] 대규모 자본조달로 디지털방송수신기 제조 및 유통업체인 아리온의 주가가 장초반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자금 사용목적이 전문성과 기존 사업의 시너지가 없는 신규사업에 투자된다는 증권가의 의견이 모아지며 실망매물이 쏟아졌다.
아리온은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250억원을 조달해 신규사업을 추진한다고 5일 밝혔다. 회사는 기존 유상증자를 자진 철회하고 다시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유상증자 신주 발행가는 629원에서 673원으로 상향됐다. 납입일은 오는 20일이다. 유클리드인베스트먼트와 꼭두마루 등 기존 투자자들과 동일한 대상으로 실시된다.
아리온은 올해 2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액 131억원, 영업이익 16억원, 순이익 10억원을 기록했다다. 지난해 2분기 대비 매출액은 30억원가량 감소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모두 흑자로 돌아섰다.
이러한 배경에는 나이지리아·영국 등 해외 수출량이 크게 늘어난 것이 실적 증대로 이어진 점이 반영됐다. 아리온은 지난 4월 나이지리아 GOSPELL DIGITAL TECHNOLOGY FZE와 240억원의 셋톱박스 공급계약을 맺었다. 5월에는 영국 Inview Technology와 수익을 공유하기로 하는 계약도 맺었다.
회사 관계자는 “해외 시장 확대, 사업구조 개편 등의 자구 노력을 통해 13분기 동안 지속된 영업손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며 “나이지리아와 영국에서 맺은 2건의 대규모 계약은 지난해부터 본격 추진한 해외 시장 확대 전략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반기에도 유럽, 중남미,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신규 시장 진출을 타진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연간 흑자를 달성하겠다”며 “기존의 디지털 셋톱박스 사업 외에 블록체인, 패션의 경쟁력을 강화해 본격적인 성장 가도를 달리겠다”고 강조했다.
회사 측은 이번 유상증자 철회 후 재추진한 이유에 대해 “차질없이 유상증자를 진행하기 위해 투자자들의 요청으로 납입일이 촉박한 기존 유상증자를 철회하고 재결정하게 된 것”이라며 “이번 유상증자 철회 및 재 진행과 관련해 주총 일정 등의 변경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아리온은 1999년 설립된 위성 방송 수신기 제조사다. 경기도 안양에 거점을 운영하며 다양한 디지털 셋톱박스를 개발한다. 최근 들어 블록체인,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한편,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아리온은 시가총액이 현재 700억원 이하인 것에 비해 2018년도에는 111억원, 2017년도에는 215억원의 적자를 기록, 최근 2년간 시가총액의 절반수준인 330억원 가량의 누적손실을 기록해 주주들의 불안이 가중돼 한계기업에 가까웠다”며 “기존 셋톱박스 사업에 블록체인, 패션, 엔터사업까지 너무 다양한 이종 사업이 펼쳐지는 반면, 사업간 시너지 효과는 찾아볼 수 없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