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매년 주주대표소송이 제기되고 있지만 주주들의 요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일이 많은 가운데 소액주주가 문제 제기한 사항을 회사측이 수용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 사례가 다른 소액주주 대표소송에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지난 14일 한일이화는 장 마감 이후 공시를 통해 한일이화 유양석 회장으로부터 유 회장 소유 두양산업 지분 100%를 무상수증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일이화는 두양산업을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유 회장이 이번에 한일이화에 무상으로 증여한 두양산업의 가치는 1459억원으로 평가됐다.관련업계에서는 이번 증여에 대해 지난해부터 진행되고 있는 한일이화 소액주주들과의 소송 부담감이 작용했을 것으로 평가했다.소송이 본격화되면서 지난달 검찰에서 이번 소송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현대증권을 압수수색 하는 등 수사가 시작되자 유 회장이 심적 압박을 받았다는 것이다.지난해 한일이화 소액주주들은 회사측이 중국 자회사인 강소한일 지분을 두양산업에 헐값으로 넘겨 회사가치가 하락했다는 취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한일이화는 지난 2010년 10월 강소한일 지분 58%를 255억원에 유 회장의 개인회사인 두양산업에 매각했다.소액주주들은 강소한일의 가치가 적어도 1000억원이 넘고 증권시장에서 주로 쓰이는 평가방법에 따르면 4000억원이 넘는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했다.소액주주 측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강소한일의 매출액은 2009년 1550억원을 시작으로 2010년 1820억원, 지난해에는 2870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 역시 288억원, 336억원, 450억원으로 상승했다.소액주주들은 유 회장 말고 강소한일 지분을 인수한 현대증권과 농심캐피탈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현대증권과 농심캐피탈은 강소한일 지분 23%를 유 회장과 같은 인수단가로 98억원에 인수했다. 소액주주들이 제기하는 문제는 강소한일에 대한 적정가치를 평가하지 않고 매각했고 같은 가격으로 유 회장에게 지분을 넘겼다는 것이다.이번 무상증여 사항에 대해 한일이화 관계자는 “유 회장이 회사에 무상수증하기로 한 두양산업은 소액주주들이 문제삼은 그 회사가 맞다”며 “증여 배경이 소송과 관련이 있는지는 정확히는 모르겠다”고 말했다.한일이화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소송 1심이 아직 진행 중이며 판결은 나오지 않았다.두양산업이 한일이화에 편입된 것을 계기로 소송이 취하될 가능성에 대해 한일이화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소송이 진행 중이라 조심스럽지만 소송이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향후 증여세 관련 납부 방법에 대해 이 관계자는 “아직 세금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현물납부를 할지 현금 납부를 할지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경제개혁연대 채이배 연구위원은 “한일이화 유 회장의 이번 결정이 자발적 혹은 민‧형사 소송으로 인한 타의적이든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문제가 일정부분 해소됐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소액주주들이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