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자산 실사 중 투자 감행…감사원 감사 적발
[매일일보 김창성 기자] 국민연금공단(공단)이 지난 2010년 내부 부정적 의견을 무시하고 금호생명(현 KDB생명) 관련 사모펀드 투자를 감행한 사실이 지난 15일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17일 감사원에 따르면 공단은 지난 2010년 2월 금호생명 관련 사모펀드에 2150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투자 시점에 갖가지 의혹이 제기됐다.
공단이 투자를 한 시기는 금호생명이 회계법인으로부터 부실자산 실사가 진행 중이었다. 공단 측은 이를 알면서도 실사 완료 3일전 투자를 감행했다.더군다나 내부 준법감시인과 리스크 관리실 및 외부 전문기관으로부터 ‘추가 부실 발생 가능성’에 대한 자문을 듣고도 투자를 강행 했다. 실제로 현장실사 결과 1253억원의 부실자산이 추가 확인됐다.이를 반영하면 당시 금호생명의 순 자산 가치는 애초 1362억원에서 109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또한 수익률을 재산정하면 7%에 불과했다. 당초 예측한 15.7%보다 절반가량 낮은 수치다.
앞서 공단 대체투자실은 금호생명 투자시점 6개월 전인 지난 2009년 7월경 다른 투자기관으로부터 금호생명 지분 인수 투자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한 바 있다. 고위험 해외자산투자로 2008년 이후 손실이 급증하고 자산건전성이 취약해 부실논란이 들끓고 있었기 때문이다.당시 공단 측의 묻지마 투자에 대해 리스크 관리실은 “금호생명 지분 투자 후 수익 구조의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투자 만류를 권고했다. 감사실에서도 “해외부동산 투자에 따른 부실 발생 우려가 높다”는 부정적 의견을 제시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단 측은 투자를 강행했고, 지난 2011년 말 기준 금호생명 펀드의 공정가치 평가액은 당초 8500억원에 훨씬 못 미치는 3700억원 이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금호생명에 2100억원대 달하는 투자를 한 데에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이에 대해 공단 관계자는 “예상보다 수익이 안 났지만 투자 시 원금회수 조항을 추가했기 때문에 큰 위험 요소는 없다”며 “투자위원회 승인으로 투자가 진행된 만큼 절차상 문제는 없다”고 해명했다.이어 그는 “투자 수익을 내기위해 현재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며 “면밀히 검토하지 않고 투자한 점을 지적한 감사원 주의 조치를 타당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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