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실적 조작 사실 타 직원 신고로 인지...내부통제 시스템 ‘헛점’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농협의 파생상품 트레이더가 약 6개월 동안 거래실적을 매일 조작해 1300억원의 손실을 내고 이를 감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20일 농협은행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금융감독원은 농협중앙회 신경분리 출범 이후 처음으로 농협은행 종합감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금감원은 농협은행 출범 이전 지난 2011년 농협중앙회에서 해외금리 선물‧스와프를 담당하던 한 파생상품 트레이더가 1300억원의 손실치를 은폐한 것을 파악했다.이 트레이더는 400여 차례에 걸쳐 거래 가격‧조건 등을 조작 또는 가공거래를 기장했다.농협 측은 이 같은 비위 사실을 자체 감사가 아닌 해당 부서원의 신고로 알았다. 문제 직원의 평소 행실을 수상히 여긴 담당 팀장이 조사에 나서 조작 사실을 밝혀냈다.회사 측에 따르면 해당 트레이더는 지난 2011년 7월부터 11월 동안 회계수치를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 직원은 거래 손실이 운용 한도를 초과하자 고과 평가를 위해 손실치를 은폐 조작했다.
농협은 2011년 11월말 해당 사실을 파악한 뒤 곧바로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고 지난해 6월 종합감사 직전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직원은 현재 해고 조치됐으며 농협 측이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해 형사 소송이 진행 중이다.농협을 비롯한 시중 금융회사들은 트레이더들의 하루 하루 거래내역을 보고 받는다. 해당 팀장은 물론이고 부서장에게까지 이중 삼중으로 보고체제를 갖추고 있는 것이 기본이다.관련업계는 이런 시스템 체제에서 6개월 가량 거래 내역 조작을 회사 측이 파악하지 못했다는데 의문을 표했다.한 증권사 관계자는 “부서 특성상 거액이 하루에도 수십번 씩 오고가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자체 보고체제는 물론이고 내부감사도 엄격하게 진행되고 있어 이번 사고는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농협은행 관계자는 “해당 직원이 손실치가 운용한도를 넘기자 회계치 조작을 했고 이를 내부 감사를 통해 적발했다”며 “1300억원은 평가손일 뿐 실제 최종손실은 이보다 적다”고 말했다.운용 상황이 매일 보고되는 시스템에서 5개월 넘게 장기간 조작을 할 수 있냐는 지적에 이 관계자는 “농협은행 회계 시스템과 파생상품 운용 시스템 차이가 있었고 문제 직원이 보고 조치가 끝난 뒤 모든 수치를 다음날 장 시작전 정상적으로 돌려놔 사전 적발이 힘들었다”고 설명했다.내부감사 적발 시점과 금융당국 보고 시점 사이의 시간적 괴리에 대해서 그는 “해당 직원에 대해서 내부 징계 절차를 모두 마무리 한 다음 보고했기 때문에 시간적 차이가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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