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동부보훈지청장 박용주
[매일일보] 출근하여 업무를 하다 보면,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과 민원인분들의 대화를 우연히 들을 때가 있다.
행여 귀가 불편하신 어르신들께서 잘못 알아들으시지는 않을까, 그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나라도 놓칠까 하여 천천히, 하지만 정성들여 말씀드리는 직원들을 보면, 그분들이 걸어오신 삶에 대한 존경과 감사를 표하고자 하는 노력이 느껴진다.
이렇듯 우리는 말에 간곡함과 진심을 담아 상대에게 전달하려 하고, 상대는 그 말을 경청하는 과정에서 소통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말을 하는 것만이 상대에게 나의 진심을 드러낼 수 있는 수단은 아니다.
기형도 시인은 ‘소리의 뼈’라는 시에서 살이 붙어 있지 않은 뼈처럼, 귓가를 울리는 언어적인 자극은 없지만 우리의 일상적인 사고의 틈을 날카롭게 비집고 들어오는, 침묵의 힘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위로와 감사보다, 침묵이 더 커다란 의미를 갖는 경우도 분명히 존재한다.
매년 11월 11일 오전 11시에 턴투워드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행사에서 지속되는 1분간의 묵념도 그 하나이다. 군악대의 묵념곡을 들으며 눈을 감으면, 잠시 이 세상의 흐름에서 비켜나 고요한 생각의 바다에 몸을 맡기게 된다.
즐거운 헤엄과 함께 수면으로 계속 떠오르려고 하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들은, 그 행복을 위해 흘린 피와 땀에 적셔져, 점점 더 무게를 더하며 고요함 속으로 침잠해 들어간다.그러나 우리가 묵념을 통해 그분들의 기억을 이어받고, 나아가 그분들이 남기고 가신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면, 그분들은 진정 가치 있는 것을 위해 싸웠노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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