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핵 포기하라”… ‘선 비핵화’ 입장 재확인
[매일일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13일 “북한이 핵을 포기하려고 할 때만 협상력이 높아질 것”이라며 북한의 ‘선 비핵화’ 입장을 재확인했다. 북한의 제3차 핵실험에도 자신의 대북 구상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북핵과 남북관계를 연동시키면서 당분간 강경한 대북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북 강공책 일변도가 아니라 위기상황 타개를 위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아지고 있다.박 당선인은 이날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외교국방통일분과 국정과제 토론회에서 “앞으로 북한이 핵 보유국을 주장하면서 비핵화 협상이 아니라 군축 협상을 하겠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오판이 될 것”이라며 “4·5차 핵실험을 한다고 해도 북한의 협상력이 높아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박 당선인은 “북한이 아무리 많은 핵실험으로 핵 능력을 높인다고 하더라도 국제사회에서 외톨이 국가가 되고 국민들을 궁핍하게 만들어 국력을 소모하게 된다면 결국 스스로 무너지는 길을 자초하는 것”이라며 “구소련이 핵무기가 없어서 무너진 게 아님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추가적인 긴장 고조 행위에 대해 “앞으로 어떠한 위협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적극 대응할 수 있는 확고한 국방태세 확립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안보 분야 공약을 철저히 이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박 당선인은 그러나 북한 핵실험으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새 정부 출범 전부터 난관에 직면했다는 지적에는 “일정 부분 영향은 있겠지만 큰 틀에서 변화될 것은 없다”고 밝혔다. 박 당선인은 또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강력한 (대북) 억지에 기초한 것이지, 유화정책이 아니다”라면서 “북한이 이렇게 나왔을 때의 상황도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이라고도 했다. ‘남북 신뢰 증진→북한 비핵화 진전→대규모 경제협력 프로젝트 추진’ 단계를 밟는 이 프로세스의 전제가 비핵화이니만큼 골격의 변화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북한의 ‘신뢰 회복’ 조치, 즉 북핵 문제에서 전향적 입장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그러나 당장 접점을 찾을 개연성이 희박하다. 박 당선인으로선 이미 훼손된 신뢰관계에 북한이 추가 물리적 조치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어 향후 남북관계는 ‘강 대 강’ 대치가 장기화할 공산이 커보인다. 실제 박 당선인은 “도발에는 반드시 그만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고 북한의 변화를 촉구하지만, 북한은 남북관계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미국의 움직임만 바라보고 있다. 이런 국면이 길어지면 차기 정부가 이렇다 할 대북정책을 구사해보지도 못한 채 내내 경색된 관계로 흘러가고, 결과적으로 ‘제재’만 내세우다 남북관계가 파탄난 이명박 정부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남한은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체가 아닌 객체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