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4번째 큰 규모 추경..메르스 추경보다 많아
10.3조 적자국채 발행 재정건전성 악화 불가피
[매일일보 박지민 기자] 정부가 4일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11조7000억원 규모의 코로나19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확정했다. 이번 추경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추경(28조4000억원), 2013년 경기침체 대응 추경(17조3000억원),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실직자 지원용 추경(13조9000억원)에 이어 4번째로 큰 규모이자, 감염병 대응 추경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당시 추경은 11조6000억원이었다. 이번 추경을 위해 정부는 10조3000억원의 적자국채를 발행, 재정건전성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져 온 국가채무비율 40%를 넘게 됐다. 정부는 중대 위기인 만큼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추가 예산 투입 가능성도 열어뒀다.
▮실제 지출액은 8.5조원
코로나19 추경 11조7000억원 가운데 실제 지출되는 예산은 8조5000억원이다. 나머지 3조2000억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세수 결손을 충당하기 위한 예산이다. 8조5000억원은 △감염병 전문병원과 음압병실 확충 등 방역체계 보강에 2조3000억원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지원에 2조4000억원 △소비 여력을 높이기 위한 소비쿠폰 지원에 3조원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대구·경북 경제살리기에 8000억원이 투입된다.
소비쿠폰의 경우 △저소득층 138만 가구에 월 22만원 상당의 지역사랑상품권 △아동수당 대상자 263만명에 10만원 지역사랑상품권 △노인일자리사업 참가자 54만명에 총 14만원의 지역사랑상품권 등을 지급한다. 소상공인 등에 대한 지원자금은 1%대 초저리금리대출을 늘리고, 초저리 대출시 대출자가 부담하던 신용·기술보증기금, 지역신용보증 보증료도 1년간 인하하는 방식으로 시행할 방침이다.
앞서 전날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응에 추경을 포함해 총 30조원가량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정부가 경기대응 대책으로 먼저 발표한 20조원 규모의 예산을 포함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경기대응 차원에서 업종·분야별 긴급지원대책 4조원, 종합대책 16조원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국가채무비율 41.2%에 달해
이처럼 정부가 20조원의 예산을 투입한 데 이어 추가로 11조원이 넘는 추경까지 편성하면서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추경을 위해 정부는 지난해 결산잉여금(7000억원)과 특별회계·기금의 여유자금(7000억원)을 총동원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로 인해 10조3000억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해야 했다.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가가 10조원이 넘는 빚을 낸 것이다.
재정건전성의 기준으로 흔히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따진다. 국내에서는 그동안 국가채무비율 40%를 재정건전성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왔다. 올해 513조원 규모의 본예산 기준 국가채무비율은 39.8%였다. 이번 적자국채 발행으로 국가채무비율은 1.4%포인트 상승해 41.2%를 기록할 전망이다. 40% 마지노선을 넘는 것이다.
▮정부 “국채 발행 불가피”
정부는 이에 대해 불가피한 선택이란 입장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경안 사전 브리핑에서 “정부로서도 추경을 마련하면서 재정 적자나 국가채무 수준에 대한 우려도 깊이 고민했다는 말씀 드린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여러 가지 방역 문제, 피해 극복 지원 문제 또, 경기를 최소한 떠받쳐야 하는 문제 등을 고려한다면 국채 발행에 기대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정 건전성 문제도 매우 중요하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정부가 긴밀하게 모니터링하면서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관리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했다.
홍 부총리는 한 발 더 나아가 추가적인 재정건전성 악화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는 “저는 이번 대책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코로나19 사태 진전 상황과 종식 시기 또,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여러 가지 영향과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지켜보면서 이번 대책을 최대한 집행해 나가되 만약 더 필요할 경우에는 그 이상의 대책도 함께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