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2억원+건별 투자기업 5천만원+재감사 10억원+포렌식 20억원
신외감법, 지정감사제 해당된 기업은 돈없어서 회계감사 못받는 시대
[매일일보 이승익 기자] 지난해 결산이 마무리되며 기업들의 주총도 어느덧 마무리가 되는 시점이다. 올해 기업들 중 중소기업들의 표정을 보면 코로나로 인한 실적악화보다 신외감법 적용으로 인한 고액 감사보수가 더 ‘포비아’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반 독자에게 신외감법은 생소한 용어다. 간단히 풀이하자면 ‘新(신)+외부감사법’의 줄임말이다. 애초에 외부감사법은 지정감사제였다. 정부가 앞장서서 기업들의 회계법인을 지정해 주는 제도였다. 그러다보니 회계 법인에 도덕적 해이가 나타났다. 정부가 나서서 회계법인들의 일감을 몰아 주다보니 기업들의 볼멘 목소리가 커져갔다.
그래서 회사가 자율적으로 감사인을 정하는 자유 수임제로 변경됐다. 그러나 이마저도 부작용이 생겼다. 기업들 스스로 감사 받을 회계법인을 정하다보니 회계법인들이 기업들의 눈치를 보게 되면서 설렁설렁한 회계감사를 할 수 밖에 없다보니 분식회계도 늘어났다.
때마침, 지난 2018년도에 대우조선해양 분식 사건이 터지며 자유수임제 방식의 외감법에 대한 부작용을 처방하기 위해 자유수임제와 지정감사제를 혼용한 신외감법이 탄생하게 됐다. 이를 풀어 설명하면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다. 6년은 자율적으로 기업들이 결정하되 이후 3년은 지정 감사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혼합형 감사제인 신외감법의 부작용은 상장 중소기업들에겐 천문학적인 비용의 가중으로 다가왔다. 지난 2년전만해도 상장 중소기업의 경우 평균 외부감사비용은 8천만원 정도였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평균 기본 회계감사비용이 2억원까지 상승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종속회사,관계회사,투자유가증권별로 각 건당 5천만원 이상씩 외부 평가비용이 추가된다. 그리고 의견거절이나 부적정이 나와 재감사를 신청하게되면 다시 외부감사비용은 기본요금 10억원부터 출발하게 된다. 끝이 아니다. 포렌식 지정감사를 할 경우 20억원으로 비용은 또 훌쩍 늘어난다.
얼마전, 저녁을 같이 하게 된 A사 상장기업 대표는 영업이익이 10억원 남짓 발생했지만 회계법인이에게 주는 감사비용이 13억원이 나왔다며 울분을 토했다. 결국 몇 백명의 직원이 피땀흘려 만든 소중한 이익을 회계법인에게 고스란히 주고나니 결국 적자가 났다는 것이다. 이는 더 나아가 주주들의 몫이 그만큼 회계법인 수임료로 사라진 것이다
과거 90년대만 하더라도 외부감사법의 기준은 턱없이 낮았다. 하지만 IMF이후 기업들의 회계감사 투명성은 글로벌 기업의 잣대로 적용받게 됐다. 문제는 투명성만 강조하다 보니 회계법인의 갑질이 기업들에게 과도한 비용으로 전가된 것이다. 비싼 정도가 아닌 돈 없으면 이제 회계감사도 못받게 되는 시대가 되버렸다.
결국은 돈없어 회계감사를 제때 못받아 의견거절로 상장폐지 돼 디폴트가 되는 형국까지 됐으니 이 정도면 충분히 기업들에겐 회계감사 ‘포비아’ 시즌이 된 것은 단순히 볼멘소리가 아닌 듯 하다. 아무리 회계투명성도 좋지만 이렇게 하나둘씩 기업하기 힘든 나라가 될 경우 기업들은 사라지거나 해외로 나갈 것이다. 그때가면 일자리도, 회계법인의 돈벌이도 사라질 것이다. 건강한 사회는 가부좌틀고 비판하는 사람들보다 열심히 생산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람들이 많은 시대다.
신외감법, 지정감사제 해당된 기업은 돈없어서 회계감사 못받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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