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사건’ 계기… 느슨한 시스템 다잡을 전망
[매일일보] 청와대가 ‘윤창중 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허술한 위기관리 시스템에 대한 재정비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일각에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이번 사건은 ‘대통령의 입’인 청와대 대변인이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수행하던 중 성(性)추문에 휩싸여 중도 귀국하고 전격적으로 경질된 전대미문의 사건임에도, 사건 발생 초기단계에서부터 ‘맞춤형 대응’이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한 정치학자는 “‘윤창중 사건’을 계기로 청와대의 위기관리 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면서 “이번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무책임, 무능력, 무기력이 여실히 드러났다. 처음부터 정도로 대처했다면 상황이 이처럼 최악의 사태로 치닫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윤창중 성추행’ 사건과 같은 ‘매머드급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를 관리하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위기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난여론이 쏟아지고 있는 점도 무관치 않다.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비서실 등 청와대 직원들의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도록 하겠다”면서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면 관련 수석들도 모두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은 유사한 사건의 재발방지와 함께 팀워크를 통한 위기관리 능력배양을 주문한 것으로 읽힌다.실제 박근혜정부의 출범이 불과 3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해도, ‘윤창중 사건’의 전개과정을 되짚어 보면 상황을 통제, 관리하는 시스템적인 접근이 사실상 이뤄지지 못해 파문을 줄여나가기 보다는 오히려 키웠다는 지적을 비켜가기 힘들다.수행단 가운데 선임인 이남기 홍보수석은 윤 전 대변인이 중도 귀국했음에도 박 대통령에게 사건 발생 사실을 하루 늦게 보고했다. 이 같은 ‘늑장 보고’에 더해 국내에 잔류했던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과도 상황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이남기 수석이 박 대통령의 방미일정에 행여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이 문제를 계통을 밟아 보고하지 않는 사이에 ‘윤창중 사건’은 대형 스캔들로 숙성되고만 셈이다.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한 국회의원은 “이번 사건에서 외교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국민 모두 알지 못 한다”며 “사실상 외교라인이 ‘먹통’이었다고 보면 된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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