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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 결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 비인기 스포츠종목인 승마와 빙상을 지원했다는 이유다. 삼성이 지원한 금액은 뇌물공여와 횡령액으로 바뀌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승마지원에 말 3마리 구입비 등 70억5200만원, 빙상 선수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에 16억2800만원 등 총 86억8000만원을 회사 돈으로 뇌물로 줬다고 판단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어의가 없는 판결이다.
물론 지원을 받은 대상 중에는 박 전 대통령과 오랫동안 가깝게 지내오던 최서원씨가 연루돼 있긴 하다. 승마 지원에는 최씨의 딸 정유라, 빙상 지원에는 최씨의 조카 장시호가 있다.
삼성뿐만 아니라 국내 많은 기업들이 비인기 스포츠종목을 지원하고 있다. 기업들의 후원을 받은 선수들은 각종 국제경기에 나가서 메달을 획득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정부의 예산만으로는 모든 스포츠종목을 육성할 수 없기 때문에 기업들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지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삼성은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의 프로구단을 운영할 뿐만 아니라 레스링 탁구 태권도 배드민턴 테니스 럭비 등의 운동종목을 지원해 왔다. 고 이건희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기업현안으로 당연시 있을 법한 경영승계 문제를 끄집어 내 이 부회장과 삼성이 이를 해소하기 위해 대가를 바라고 승마와 빙상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박 대통령에게 뇌물을 공여했다는 혐의를 적용했고, 재판부는 이를 인정했다. 단지 1심 2심 3심에서 말 3마리를 모두 뇌물로 볼 것이냐? 아니냐? 영재센터 지원행위를 뇌물로 봐야 하느냐를 두고 재판부마다 판단이 달랐을 뿐이다.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묵시적 부정청탁, 경제공동체, 제3자뇌물수수 등의 용어들이 소한됐다.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이 3차례 정도 만남을 가졌는데 이 과정에서 묵시적 부정청탁이 있었고, 암묵적 합의가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뇌물을 수수하기 위해 사전에 공모를 했고 실행에 옮겼기 때문에 공동정범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검찰의 논리를 이 부회장 변호인단이 효과적으로 대응 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이 유리한 판결을 받기 위한 전략으로 박 전 대통령을 마녀사냥 식으로 몰아가는 여론 재판에 편승했다는 지적이다.
도쿄올림픽과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박 전 대통령이 체육진흥을 위해 기업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고, 이에 응한 것일 뿐 어떠한 의도가 없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강요에 의한 수동적 지원’이란 프레임을 짜고 피해자임을 주장하다가 자가당착에 빠졌다는 것이다.
이제 후회한들 소용은 없다. 이 부회장은 이미 감옥에 들어갔고, 재상고를 통해서 무죄를 입증하던지 아니면 문재인 대통령의 사면을 기대하던지 선택의 폭이 그리 많지 않다. 어째든 삼성은 대한민국 대표기업 답게 총수 공백이라는 위기의 시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