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전유정 기자] 국민연금이 반도체주 호황 속에서 지난해 58조원에 육박하는 평가이익을 거뒀다. 전체 지분 증가액의 20조원가량을 삼성전자가 기여했다. 27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 22일 종가 기준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 275개 기업의 주식을 분석한 결과 국민연금의 보유지분 가치는 총 181조297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초와 비교해 57조6839억원(46.7%)이 늘어난 수치다.
특히 국민연금은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 주식을 쓸어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의 삼성전자 보유지분은 지난해 초 이후 0.08%포인트 높아져 10.7%를 기록하고 있다. 이 사이 보유지분가치는 20조579억원(55.7%) 증가해 56조977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작년부터 현재까지 42.60% 상승한 효과가 컸다.
이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시작된 ‘동학개미운동’으로 반도체·전기차·언택트(비대면) 관련주를 집중적으로 끌어 올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오는 28일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매출은 73조원, 영업이익은 19조~20조원(영업이익률 26~27%)으로 예상된다. 2019년(매출 64조9000억원, 영업이익 14조원)보다 각각 12.5%, 36% 증가하며 코로나 상황에서 나름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메모리 반도체의 슈퍼사이클(장기호황)과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삼성전자와 함께 전기차 배터리 생산 기업인 LG화학과 삼성SDI 지분도 최근 1년여 사이 각각 4조8525억원(210%), 3조6907억원(210.9%) 상승했다. 4분기 호실적이 예상되는 LG전자도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63조2638억원, 영업이익 3조1918억원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역대 최대이며 직전 연도 대비 각각 1.5%, 31% 늘었다.
이어 SK하이닉스(3조2478억원, 46.3%)와 현대자동차(3조1407억원, 104.1%)의 국민연금 지분가치도 1년 새 3조원 이상 확대됐다.
국민연금의 업종별(21개) 지분가치도 주요 기업의 투자성과에 따라 희비가 갈렸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IT전기전자업종(42곳)의 지분가치는 지난해 초부터 현재까지 30조7751억원(62.3%) 늘어 증가액이 가장 컸고, LG화학이 포함된 석유화학업종의 지분가치가 8조9836억원(118.8%) 확대돼 뒤를 이었다. 반면 한국전력공사 등 에너지(-3286억원), 보험(-3280억원), 조선·기계·설비(-1820억원) 등 8개 업종의 국민연금 지분가치는 1년 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