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부자·대기업 ‘증세’ 될 것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이르면 내년부터 고소득자나 고액자산가들은 생계형 저축 등 금융소득 비과세·감면 혜택을 받기 어렵게 될 것으로 보인다.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제11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비과세·감면제도가 상시화되면서 과세형평성이 저해되고 일부 제도는 혜택이 대기업·고소득자에 집중돼 문제점이 발생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현 총리는 “비과세·감면제도를 대폭 정비하겠다”며 “정부 차원의 정비방안을 수립해 이를 반영한 세법 개정안을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조세연구원도 26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연구원에서 ‘과세형평 제고를 위한 2013년 비과세·감면제도 정비에 대한 제언’ 공청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기획재정부의 연구용역결과를 발표했다.조세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 소득세수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3.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8.9%에 크게 못 미친다. 반면 근로소득세 가운데 비과세·감면 비중은 47.8%에 달한다.이에 조세연구원의 김학수 연구위원과 박노욱 성과관리센터장은 “기존 비과세 감면제도가 항구·기득권화돼 세수 기반을 약화시키는 데다 조세부담의 형평성에도 어긋나 대대적인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이들은 고액 금융자산가들에 대한 저축 지원과 고액 근로자의 소득공제를 축소하는 등의 ‘사실상의 부자·대기업 증세’ 방안을 제시했다.
생계형저축 등 금융소득 비과세·감면의 소득요건, 자산보유 요건을 강화하고 부동산투자펀드, 선박투자펀드 등 분리과세 대상 금융상품과 비과세 대상 장기저축성 보험상품의 과세를 정상화해 고액 금융자산가들에 대한 저축 지원을 축소해야 한다는 것이다.또 소득이 높을수록 공제혜택이 큰 보험료·의료비·교육비·기부금 등 특별공제는 항목별로 일정 세액을 빼주는 세액공제로 전환해 고액 근로자의 연말정산 환급액을 축소해 고액 근로자의 소득공제도 줄인다.근로장려세제(EITC) 확대와 자녀장려세제(CTC) 도입에 따른 중복 지원 성격의 자녀양육비, 다자녀공제 등은 공제 혜택이 축소되고, 신용카드 사용액 소득공제는 폐지될 전망이다.대기업들의 혜택이 큰 환경보전, 에너지절약 등 특정설비 세액공제와 법령상 설치가 의무화된 시설 또는 세출예산으로 지원하는 시설은 세제지원을 축소·폐지한다. 연구개발 전담인력 인정기준 조정, 일반 직원의 인력개발비에 대한 인정범위 조정, 준비금손금산입제도 등도 개편 대상이다.중소기업 비과세·감면은 혜택이 집중된 특정 업종이나 고소득 개인사업자가 타깃이다. 농어민 등 취약계층에 대해선 비과세·감면을 축소하되 세출 예산으로 지원을 늘리는 방안이 연구된다.기재부는 이를 토대로 관계기관 및 단체의 의견을 취합한 뒤 정부 세제개편안에 반영하고, 향후 5년간 18조원의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그러나 재계는 물론 세 부담이 늘어나는 근로자의 저항이 예상되는데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이해당사자 간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정부의 비과세·감면 정비계획이 구체화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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