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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재영 기자]무슨 일이든 타이밍이 중요하다. 목표한 결과를 도출하는 노력의 성과를 배가 되게 하려면 적절한 때를 맞춰야 한다. 그 시기를 놓치면 막대한 기회비용을 안게 된다. 선진국에서는 M&A 붐이 사이클처럼 반복됐다. 불황과 호황이 출렁이는 물결에 기업들은 과감한 베팅으로 몸을 던졌다. 결과적으로 투자 붐은 성공보다 실패가 많았다. 그래서 트렌드에 발을 담그는 것은 섣부른 일로 묘사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글로벌 선두권에 위치한 독과점 기업들은 그 시기에 베팅했던 결과물들이다.
최근 글로벌 최저한세, 디지털세 등 조세 개편이 급물살을 타는 현상은 리쇼어링에 베팅할 시점임을 시사한다. 중국은 디디추싱이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하자마자 국가안보 위반 혐의 수사 대상에 올렸다. 이를 두고 중국이 자국 기업의 해외이탈에 발끈하며 재를 뿌린 것으로 보는 시선이 있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갈등이 섞인 채 각국의 기업 유치 경쟁이 갈수록 고조되는 분위기다.
불쏘시개가 글로벌 최저한세다. OECD 130개국은 2023년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15% 적용에 잠정 합의했다. 서명을 거부하는 아일랜드 등 9개 저세율 국가 문제를 해결하면서 오는 10월 세부 시행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최저한세율이 설정되면 저세율 국가에 공장을 두고 있는 기업들은 타격을 입게 된다. 그래서 본국으로 리쇼어링할 확률도 높아지게 된다. 법인세율 최고 27.5%를 적용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전보다는 경쟁력이 생긴다.
디지털세는 성질이 다르다. 연결매출 27조원(200억유로) 이상 기업이 타국 수요시장에서 발생한 매출이 13억원(100만유로)을 넘을 경우 이익률 10%를 초과하는 금액 관련해 해당국에 납세하는 제도다. 대신 이중과세를 피하도록 조치해 국내에서는 세금을 덜 내게 된다. 국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기준을 확장하면 현대차까지 과세 영향권에 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들 기업은 해외에서 내는 세금이 많아지는 대신 국내 세금은 줄어들게 된다. 그래서 이 문제는 국가적 부담이 더 큰 사안이다. 국내 기업 세수가 줄어드는 만큼 해외 빅테크 등으로부터 세금을 잘 징수해야 수지타산이 맞다. 그러나 해외 빅테크들이 매출을 조정해 납세를 피해갈 것처럼 보여 근심을 낳고 있다. 이 문제도 리쇼어링이 줄어들 세수를 대신할 대안이 될 수 있다.
국내는 생산유발 효과가 큰 대기업의 리쇼어링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유턴법의 세제감면 실적이 저조해 정책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받는다. 단순히 법인세를 낮춰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법인세가 29.74%로 우리나라보다 높은 일본은 샤프, 캐논, 파나소닉, 소니, 혼다 등이 유턴하면서 리쇼어링정책 효과를 봤다. 일본의 유턴법에도 조세감면이 포함되지만 단순하지 않다. 일본은 중앙정부보다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인 권한과 자율성을 가지고 더 적극적으로 지역 특색에 맞는 기업 유치활동을 전개했다. 일본 정부는 생산거점을 국내로 이전할 경우 보조금을 지급했다. 지역미래투자촉진사업비 등 다양한 예산 지원과 함께 첨단산업에 필요한 설비투자 시 감세해줬으며 지자체의 고정자산세 등 지방세 감면에 대해 보전 조치도 해줬다. 그밖에 금융, 정보, 규제특례 등 여러 조치가 있었지만 앞에 나열한 조치가 눈에 띈다. 지자체를 중심으로 한 기업 유치 정책은 국토균형발전 측면에서도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세제 개편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면 여러 국면전환의 기회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