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신수정 기자] 최근 신도시 아파트 건설을 두고 정부 부처와 지자체 간 법정 공방이 오가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분양을 마치고도 작업이 중단되거나 입주를 기약할 수 없을 정도로 완공이 미뤄지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시행사·시공사와 수분양자가 부담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3기 신도시인 경기 파주시 일대에 들어설 ‘힐스테이트 더 운정’의 건설 사업이 잠정 중단됐다. 국방부가 건축물 최종 인허권을 가진 파주시를 상대로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 취소 및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이를 받아들인 법원이 내년 1월 5일까지 효력 정지 처분을 결정 내렸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파주운정신도시 P1·P2 구역 내 최대 194m(지상 49층 규모) 높이의 ‘힐스테이트 더 운정’이 들어서면 인근 황룡산 방공진지에서 정상적인 방공 작전을 수행하기 어려워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힐스테이트 더 운정 건축물은 황룡산 방공진지 131m보다 63m나 높다”며 “방공진지 사격 및 레이더 탐지 제한 등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어 건축물 높이 조정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파주시는 2008년 9월 파주운정신도시가 군사시설보호구역에서 해제돼 군 협의 없이도 자유롭게 건축이 가능한 지역으로 변경됐다고 맞서고 있다. 시행사도 시행 승인 신청 전 2019년 6월 국방부에 협의 여부를 질의해 대상이 아님을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국방부는 “협의 당사자냐”는 질문에 형식적인 답변만 한 셈이기 때문이다. 당시 조금만 더 세심하게 “국방부와 협의해야 하지는 않지만 관할 부대와는 협의해야 한다”고 부연했다면 현재와 같은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던 셈. 국방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 시행사에서 추가 문의가 있었다”며 “4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파주 운정지구 중심상업 지역사업 관련해 관할 부대와 협의 대상인지를 문의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당시 국방부는 추가 문의에 대해 택지개발촉진법에 따라 공사 전 국방부가 제시한 의견을 기반으로 관할 부대와 협의해야 한다고 답변했다”며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와는 별개로 건축 관련 부대 협의가 이뤄졌어야 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운정신도시 조성과 인구 유입 등 지역 발전을 구상하는 파주시가 사안별로 사업 시행 인허가에 이중잣대를 적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주시는 ‘힐스테이트 더 운정’의 개발 허가를 내준 같은 해 인근 부지에서 서희건설이 지상 50층 주상복합을 건설하려던 계획에 대해서는 군과 협의를 통해 높이 131m 이하로 층수를 낮춰 허가를 내준 바 있다.  관련 내용을 파주시에 문의하기 위해 몇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문의가 몰려 당일 답변이 어렵다고 답했다. 파주시와 국방부 법정 공방이 본격화되면 사업시행자를 비롯해 시공사인 현대건설, 수분양자들의 피해로 확산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소송은 짧아야 1년이고 길어지면 몇 년이 걸릴지 가늠하기 어렵다”면사 “수분양자들은 재판 결과가 나온 이후에나 피해배상 청구 소송 등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문제를 오래 끌고 간다면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