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4대책 후보지·지구지정으로 시장 하향 안정세 기여”
전문가 “사실상 효과는 미미…규제완화로 민간 공급 촉진해야”
[매일일보 나광국 기자] 정부가 ‘2·4 주택공급대책(3080+ 공급대책)’을 내놓은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 주택시장은 안정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목표 공급 물량의 절반이 넘는 후보지를 발굴하는 등 사업이 순조롭게 순항 중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시장에선 후보지 발굴이 주택 공급으로 이어질지 불투명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곳곳에서 후보지 대상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고 보상 문제 등 실제 주택공급이 이뤄지기까지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한 만큼 정책 성패를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3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 38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2·4 주택공급대택은 집행속도 측면에서 전례없는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며 “대책 발표 후 물량효과로 단기 시장불안 완화 및 하반기 들어 후보지·지구지정 본격화로 시장 하향 안정화 추세에도 핵심적으로 기여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도심복합사업의 경우 1년만에 76곳·10만가구(서울 5만5000가구)의 후보지를 발굴했고, 공공정비사업의 경우 공공재개발 등 총 3만7000만가구(서울 2만7000가구)의 후보지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홍 부총리는 “공공택지의 경우 신도시급 입지의 광명시흥(7만가구), 의왕·군포·안산(4만1000가구) 등을 포함해 목표보다 약 1만가구 많은 27만2000가구를 확정했다”고 덧붙였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도 최근 부동산 시장이 하향 안정 국면에 들어선 것은 정부의 2·4대책과 같은 공급 확대 정책의 성과라고 평가했다. 노 장관은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의 하향안정 흐름은 더욱 확고해질 것이다”며 “정부도 공급확대와 속도 제고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2·4대책은 2025년까지 서울 32만3000가구, 인천·경기 29만3000가구, 5대광역시 22만가구 등을 포함해 총 83만6000가구를 새로 공급하는 내용이다. 이 가운데 57만3000가구는 도심 내 신규 사업을 통해서 공급하고, 26만3000가구는 신규 공공택지 지정 등을 통해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공공이 주도하는 정비사업에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해 사업성을 높이고 절차를 단축시켜 사업 속도를 획기적으로 앞당겨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선 정부가 실질적인 주택 공급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지적하고, 아울러 이를 평가하기엔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로 2·4대책 중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도심복합사업은 주택이 공급되기 위해선 후보지 별로 주민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하지만 이를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2·4대책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결성한 ‘3080공공주도반대전국연합’에 따르면 도심복합사업 후보지 76곳 중 40곳 넘는 지역에서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고, 10곳은 국토부에 반대 의견서를 전달했다.
광명·시흥 택지는 주민 반발로 지난해 말로 예정됐던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 주민설명회가 무산됐고, 또 다른 신규 공공택지 지역인 광주산정지구도 주민들의 반대로 환경영향평가 설명회가 취소됐다. 이외에도 공공재개발 1호 사업지인 흑석2구역과 금호23구역·신설1구역에서 공공재개발을 반대하는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되는 등 공공정비사업에서도 갈등이 커지고 있다.
또 정부가 관련 법 통과일인 지난해 6월 29일 이후 해당 지역 부동산을 취득한 사람에게는 입주권을 주지 않고 현금청산하기로 했는데, 이 방침을 두고도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아울러 LH투기와 대장동 사태 등으로 공공주도 주택개발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정부가 2·4대책에 대한 평가를 내놓은 것과 달리 시장에선 효과가 거의 없었고, 동의율 때문에 주민들 사이 갈등만 키웠다”며 “올해 6월 지방선거 이후 공공주도 재개발이 얼마나 속도를 낼지도 의문이다”고 평가했다. 이어 “최근 10년간 서울에서 공급된 주택 가운데 공공이 공급한 주택은 6% 미만으로, 결국 실질적인 공급을 위해선 민간공급을 활성화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기존의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