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후폭풍… 핵심 원재료 나프타 64% 폭등
인플레이션 공포로 글로벌 경기 심리도 위축돼
에틸렌 1232만t 글로벌 증설물량 공급과잉까지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석유화학 업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발(發) 원자재 급등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핵심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 상승으로 비용 부담이 늘어난 가운데 증설물량까지 겹쳐 수익성 방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 업계가 원재료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 경제 심리 축소에 따른 수요 측면 감소, 예정된 증설물량에 따른 공급과잉 우려까지 겹쳐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양상이 장기화되고, 미국·유럽 등 러시아 경제 제재 조치가 강화되면서 나프타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라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 가격 정보에 따르면 나프타 가격은 톤당 1019.62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주 대비 톤당 182달러(21.73%) 상승한 가격이다. 전월 대비는 무려 톤당 399.63달러(64.46%) 급등했다.
나프타 가격의 급상승 원인은 국제 유가 폭등 때문이다. 나프타는 원유에서 추출된다. 최근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해 110~120 달러에서 거래되면서 나프타 가격의 상승을 부추겼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러시아산 나프타 수입 비중이 상당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산 나프타가 국내 전체 나프타 수입액(43억8000만달러)의 23.4%를 차지했다.
석유화학 업계에 나프타 가격 상승은 치명적이다. 나프타가 석유화학 기초제품인 에틸렌·프로필렌 등의 원료이기 때문이다. 나프타 가격 상승이 석유화학 제품 가격 상승으로 직결되는 구조다.
문제는 석유화학 업계 비용 부담은 증가하는데 수요 측면은 고유가로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지속할 경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0.3%p 하락, 소비자물가상승률 1.1%p 상승, 경상수지 350달러 감소 압력을 받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여기에 석유화학 증설물량에 따른 공급과잉 우려도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소다. 올해 글로벌 에틸렌 증설물량만 1232만 톤이 예정된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일부에서는 나프타를 열분해해 에틸렌이나 프로필렌 등을 생산하는 나프타분해시설(NCC)시설 가동률을 낮추는 방안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업계는 글로벌 경기에 민감하다”며 “높은 원자재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경기 심리 위축이 함께 오는 스테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될 경우 석유화학 업계 수익성 방어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