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한국 가상자산 업계가 가야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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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기고] 한국 가상자산 업계가 가야할 길
  • 이보라 기자
  • 승인 2022.11.08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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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
[매일일보] 테라 사태 이후 한국은 가상자산 투자사들이 크게 위축됐으나 해외는 오히려 웹3.0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가상자산 벤처캐피탈(VC)는 세계적으로 계속 새로 등장하고 전통 VC들도 웹3.0 포트폴리오를 늘리는 추세다. 올 초 미국의 가상자산 리서치회사 블록데이터는 2030년까지 현재보다 추가로 1조달러 규모의 신규 기관 자금이 가상자산 시장으로 유입될 것이라 전망했다. 중국 정부의 국내 사업 금지로 ‘본의 아니게’ 글로벌을 지향해야 했던 중국계 거래소들과 탈중앙화의 비전을 실현시키고 있는 미국 블록체인 스타트업들 두 부류가 가상자산 업계를 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가 자국 내 가상자산 사업을 금지한 2017년 이후 대부분의 중국 거래소들은 글로벌 거래소가 됐고 자국 내에서 사업했을 때보다 훨씬 더 큰 수익을 냈다. 미국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은 블록체인의 강점인 익명성과 탈중앙성을 지키면서도 성능과 속도를 잃지 않는 방향으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계가 만든 글로벌 거래소들 위에 미국계가 만든 탈중앙 프로젝트들이 인기를 끌며 디파이나 NFT 등 트렌드가 계속 탄생하는 양상이다. 반면 한국은 전세계 최상위 가상자산 파생상품 거래소들의 최다 고객을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제작을 주도해본 적이 없다. 투자를 주도하긴 했으나 그마저도 글로벌 투자 플랫폼은 만들지 못했다. 테라 프로젝트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뻔했으나 처참하게 끝났다. 한국은 테라를 넘어 다시 바통을 이어받아야만 한다. 지난해 디즈니나 로블록스 등과 비교됐던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의 트래픽이 일 년 새 물거품이 됐다. 이는 지속가능한 사업은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하는’ 사업은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종종 가상자산 사업은 ‘웹3.0, NFT, 디파이, DAO’ 등 근사한 용어로 포장된 채 ‘무슨 소린지 모르겠지만 이게 바로 미래야’라고 하지만 오래 가지 못한다. 업계에서 탄탄하게 지속할 수 있는 사업은 유행과 관계없이 거래 수수료를 받는 거래소나 그 위에서 새로운 키워드를 가진 프로젝트를 만들 수 있는 레이어1과 같은 플랫폼이다.  가상자산은 국경 구분이 없어 사업이 성공하면 전세계를 독식할 수도 있다. 앞으로 한국 가상자산 업계는 디파이, NFT, DAO 등 유행을 따라가는 단기 비지니스가 아닌 전문화된 제품을 장기적인 관점으로 설계하고 만들어야 한다. 전문화된 제품을 긴 호흡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 좋은 전략을 갖고 사업의 방향을 뚜렷히 설정하지 못한다면 5년 뒤, 10년 뒤에도 한국은 외국 프로젝트들이 가상자산만을 팔러오는 투자자 위주의 시장만 될 뿐 제작자 위주의 시장이 되기 어렵다. 부산 광역시 등 지자체에서 블록체인 특구를 추진 중인데 인위적으로 조성한 건물 외에는 아무도 건물을 짓지 않는 텅 빈 메타버스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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