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일보 ] 영국문화협회(British Council)는 세계 102개 비영어권 국가 4만 명을 대상으로 ‘가장 아름다운 영어 단어를 조사했더니 어머니(mother) 답변이 1위였다.
어머니에 대한 사랑은 모든 사람들이 느끼는 인류 보편적 정서라는 방증이다.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들었다는 말은 힘들고 의지하고 싶을 때, 제일 먼저 찾는 존재가 어머니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간의 모성애 못지않게 부성애를 상징하는 물고기가 있다. 바로 가시고기다.
암컷 가시고기는 산란 후 죽음을 맞이하기 때문에 바로 둥지를 떠난다. 이후에는 수컷이 알이 부화할 때까지 헌신적인 노력을 다한다. 둥지를 짓고, 새끼가 부화할 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알이 깨어나 둥지를 떠날 때쯤 수컷 가시고기는 죽음을 맞이한다. 새끼들에게 온몸을 내어주는 부성애가 있어 새끼들은 험한 세상으로 나갈 힘을 얻는다.
모성애나 부성애는 자연계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알뿌리를 가진 여러해살이 풀인 상사화는 꽃말이 내리사랑이다. 잎이 5월경 지고 나면, 8월경에 꽃대가 나와 꽃이 피는데, 상사화 잎은 꽃을 피우기 위해 영양분을 뿌리로 보내고 꽃눈을 만드는데 온 힘을 다하고 꽃이 필 즈음에 홀연히 사라진다. 서로를 향한 그리움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되어 구경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다.
가을, 온 산을 노랗고, 붉게 물드는 단풍에도 자식을 향한 나무의 철학이 숨겨져 있다.
단풍이 드는 이유는 엽록소가 파괴되고 그동안 광합성으로 녹색에 가려져 있던 색소들이 드러나는 것이다. 나무는 해 길이가 짧아지고 기온이 내려가면 다음 해를 준비하기 위해 잎과 가지 사이에 떨겨층을 만들고 잎을 떨어뜨린다. 버림으로써 얻음과 생존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때 나무는 잎에 있던 질소, 칼륨 그리고 인 성분을 나뭇잎으로부터 빼앗고, 칼슘과 마그네슘을 잎에 준 후에 떨어뜨려 비료가 되게 한다.
한편 소나무는 암수가 한 나무에 있는 자웅동체다. 자가 수정을 피하고 더 나은 자식을 만들기 위해 암꽃은 수꽃보다 위쪽에 달린다. 그리고 수꽃의 꽃가루인 자가 날린 이후에 암꽃을 피운다.송홧가루이
이처럼 자식과 다음 세대를 향한 사랑은 자연의 기본값이다. 생존 방식도 비슷하다 보니 인간연보다 나은 게 무엇일지 의구심이 절로 든다. 나무 등 식물은 인간에게 산소를 내어주고, 반대로 인간이 만든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포도당을 만들어낸다.
자연과 인간은 상리공생하는 존재로, 서로 의존해서 살 수밖에 없다. 우리 주변의 덧나기 쉬운 자연을 애정 어린 관심으로 둘러보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