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십몇해의 세월이 지났다. 수습기자 딱지를 떼고 사회부에 막 배치됐던 시절 얘기다. 그때 나는 두 발로 움직이던 '뚜벅이 기자'. 어느날인가 운 좋게 선배 차를 얻어탄 적이 있었다. 선배 차 뒷편엔 '초보운전' 스티커가 자랑스럽게 붙어있었다.
그 선배가 말하길, '초보운전' 네 글자로 운전 좀 막해도 대부분 관대해지고, 양보도 곧잘 해주더라고. 맞다. 그 선배는 '초보운전'이 아니었고 '난폭운전'이 일상이었다.
'대한민국'이란 차를 운전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운전대를 잡은지 어느덧 6개월이 지났다.
윤 대통령은 운전면허(대통령 당선)를 따자마자 도로연수(정치 경험)도 없이 주행에 나섰다. 6개월동안 예상대로 초보운전 티를 내기도 했지만, 난폭운전 시비에도 자주 휘말렸다.
그럴때마다 대통령 주변에서 나오는 방어 논리는 한결같았다. '당선된지 얼마나 됐다고' 였다. 마치 '초보운전'이니 눈감아주고 일단 지켜봐달라는 식이었다. 윤 대통령 스스로도 출근 길에 만난 기자들 앞에서 "대통령은 처음 해봐서"라는 말이 튀어나왔을 정도다.
그런데 '초보운전' 치고 운전스타일에 대한 고집은 과했다. 이른바 '인사' 문제가 그랬다. 취임 초기 대통령실과 그 주변엔 '사적채용' 논란이 연달아 터져 나왔다. 당선 전부터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해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했지만, 국민적 공감대와는 거리가 먼 인물들이 줄을 이었고 "전 정부에서 이렇게 훌륭한 장관 봤어요!"라며 기자들을 다그치는 웃픈(?) 장면만 뇌리에 남았을 뿐이다.
우여곡절 끝에 이달 초 교육부장관 임명이 재가되며 6개월만에 가까스로 정부 내각이 완성됐다. 대통령실 내부 인사시스템이 '헛점 투성이'였음을 짐작케 해주는 대목이다.
약속한 '통합'과 '협치'는 눈 씻고 봐도 보이질 않는다. 당선 이후 반년간 야당 지도부와는 인사 한번 안했다. 협치 대상을 '수사(搜査)의 대상'으로만 보고 있다는 비토만 나온다. 하물며 집권 여당도 온전히 못 믿는 눈치다. 당대표를 타깃으로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내부총질' 프레임에 윤핵관이 되기 위한 '정치꾼'들만 대통령 주변에 바글거릴 뿐이다.
특히 대통령의 외교행보를 대변해주는 세 차례의 해외순방은 '성과'보다 '논란'만 키우는 단골 소재가 됐다.
지난 6월 취임 뒤 첫 외교무대가 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순방 길엔 민간인 신분의 여성이 김건희 여사와 동행한 것을 두고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두번째 순방은 '다자외교'를 자신하며 떠났지만 '조문 없는 조문외교' 논란과 국민들을 청력 테스트하게 만든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만'이 남았을 뿐이다.
세번째 해외순방은 출발 전부터 논란을 자초했다. MBC 기자들을 향해 '전용기 탑승 배제'라는 전례 없는 조치를 내렸다. "민심을 가장 정확하게 읽는 언론 가까이에서 제언도, 쓴소리도 잘 경청하겠습니다."(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라고 했던 대통령의 다짐은 실종됐고, 취임식 연설 당시 30번이나 외쳤던 '자유'보다 정체모를 '국익'이 우선이 돼버렸다.
아무튼 6개월이 지났다. 이제 초보운전 핑계도 안 통한다. 그동안 마냥 지켜보던 국민들의 관대함도 끝이 났다. 4년6개월 남은 윤석열 정부의 운전실력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