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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재영 기자]FTX, 부동산, 금산분리 등은 공통점이 있다. 돈이 돈을 불린다는 부자들의 논리가 통용된다. 그런 방식으로 많은 부를 축적했고 쉽게 자산을 늘린 부자가 많다. 그들은 남들의 부러움을 산다. 스스로도 시장의 맹점을 공략한 판단에 대해 자화자찬한다. 심지어 경제논리를 깨우쳐야 한다고 강연도 한다. 손쉽게 부를 창출할 노하우를 모아 책도 쓴다. 하지만 그런 게 있다면 시장 경제 시스템의 잘못이다. 실물보다 자산가치에 거품이 많고 그 거품을 활용해 손쉽게 돈을 버는 식이다. 시장의 허점을 정책이 방치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부동산 불패 논리로 들끓었던 문재인정부 시절, 정치권이나 전문가들은 수요와 공급 논리를 주장했다.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오른 것이니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윤석열정부 들어 주택 공급 확대 발표는 있었지만 이제 겨우 3기 신도시 첫삽을 떴는데 주택가격은 급락하고 있다. 자산 가격 붕괴는 경제적 문제로 비화돼 되레 부동산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 주택 공급 확대 신호가 적중했다기보다 금리 때문이다. 유동성 경색 효과다. 대출을 굴려서 부동산을 눈덩이처럼 불리고 또다시 대출과 자산가치 불리기 연속이었다. 그랬던 흐름이 돈맥경화에 막혔다.
'더 뱅커'는 부동산 자산가 버나드 개릿의 실화를 다룬 영화다. 은행 대출로 부동산 부자가 된 흑인 자산가의 성공담을 다뤘다. 인종차별이 심했던 미국 당시 흑인이 대출을 받기가 불가능한 환경에서 부를 창출한 수완은 남달랐다. 그 속에 부를 창출한 수단은 은행을 사서 대출을 수월하게 받고 이를 통해 부동산을 불린 것이다. 은행 대출금은 본래 고객 예금인데, 특정인에게 대출이 집중됐고 이를 이용해 부동산을 축적한 것은 경제 시스템의 오류다. 지금 1가구 1주택, 실수요 구매를 권장하는 국내 부동산정책 관점에서는 당장 규제당국이 은행 감사에 착수해야 할 사례다.
FTX 사태는 세계 코인시장을 패닉 상태로 만들었다. 고객 돈을 거래소가 유용했다는 혐의에서 비롯됐다. 거래소는 파산신청을 했고 고객 돈은 묶였다. 혐의는 계열사 부실을 메꾸기 위해 코인을 산 고객 돈을 유용했다는 의혹이다. 유용이 가능하다는 점 자체가 코인 투자의 위험성을 보여준다. 화폐로서 코인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부분이기도 하다. 제도권에 안착하지 못한 게 코인의 한계다.
그렇다고 제도권도 안심할 수 없다. 은행에 맡긴 돈을 되찾지 못한 사건도 많이 있었다. 파생상품 시장이 커질수록 투자자 손실, 피해 사례도 늘어났다. 은행 예금이 모이면 부동산을 비롯해 파생상품 등 불려서 부를 창출할 다양한 수단이 존재한다. 그 유혹에 거래소에 상장하는 코인 숫자도 부지기수로 늘어났다. 아직 제도권 은행에 비해 규제가 덜한 코인 시장에서 과거 은행이 부자를 만들었던 전철을 밟으려는 의도가 섞여 있다.
정부는 금산분리를 풀어 은행들이 부대 사업을 확장해 빅테크와 경쟁하도록 만들겠다고 한다. 시장 경쟁을 유도해 더 양질의 서비스와 건전한 산업 발전 등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대출이 힘들어 은행을 샀던 버나드 개릿처럼 고객 예금을 활용하면 경제력을 키우기가 수월해질 것이다. 신산업과 기술 혁신을 위해 규제를 풀 곳은 풀어줘야 한다. 하지만 풀기 전에 FTX 사태에 비춰 투자자 보호장치는 충분한지 점검해야 한다. 이태원 핼러윈 사태처럼 설마하다가 사고는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