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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다사다난했던 2022년 '검은 호랑이 해'가 저물고 있다. 계묘년 새해가 이제 열흘도 채 남지 않았다. 아직 겨울 초입이지만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며 유난히 길고 추운 겨울을 예고하고 있다. 비단 날씨만 추운게 아니다. 경제 상황도 엄혹하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내년 우리 경제의 전망도 컴컴하다. 경기가 이미 하강 국면에 진입했다는데 내년 상반기까지 고물가와 경기침체가 지속될 거란 전망이 줄을 잇는다. 경제가 본격적인 혹한기에 들어서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최근 들어 대다수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대 그칠 거라고 전망했다. 한국은행이 1.7%,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8%로 제시했다.
상대적으로 낙관적 시각을 유지하며 시장을 달래는 데 급급했던 정부마저 '비관론'에 동참했다. 21일 열린 '2023년 경제정책방향' 발표 브리핑에서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2% 중반에서 1.6%로 대폭 낮췄다. 한국은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국내 금리 상승, 수출과 투자 부진 등으로 우리 경제가 크게 둔화할 거라는 판단에서다.
정부의 예상대로 내년 우리 경제가 1.6% 성장한다면 코로나가 창궐한 2020년 이후 3년 만에 최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아울러 통계 작성 이래 역대 6번째로 낮은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우리 경제는 3분기까지만 해도 전분기 대비 0.3%의 미약한 성장을 이어왔지만 4분기 들어 수출과 내수가 동반 감소하면서 침체 신호를 뚜렷이 보이고 있다. 수출은 10월부터 마이너스를 보이기 시작했고, 감소폭(전년 동월 대비)도 10월 -5.7%에서 11월 -14.0%로 확대되고 있다. 국내 소비는 9월부터 꺾였고, 올봄에 103을 넘었던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달 80대 중반으로 추락했다. 수출과 내수, 생산과 소비 등 실물경제 전 부문이 침체에 빠지는 양상이다.
최근의 경기하강은 물가를 잡기 위해 세계 각국이 금리를 올리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문제는 금리가 아직 정점에 이르지 않은 상태라는 점이다. 금리인상으로 인한 경기둔화 및 물가압력 감소의 시차와 금리가 내년 초 더 오를 것이란 점을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가 경제의 최대 고비가 될 것이란 점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 금리인상에도 물가상승세가 꺾였다는 신호가 미약할 경우 고금리가 장기화하며 침체의 골이 깊어질 가능성도 있다.
경기악화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취약·소외계층 등 사회적 약자들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하위 20%와 상위 20%간 소득 격차는 5.75배로, 1년 전(5.34배)보다 확대됐다고 한다.
그런데 약자를 위한 정책은 보이질 않는다. 정부는 기업과 민간 주도의 시장경제 활성화해 일자리를 만들어 민생을 개선한다는 방침에 방점을 두고 있다. 대기업과 부동산·주식 부자 등 자산가들에 대한 감세도 전면에 내걸었는데 서민 정책과는 거리가 있다.
경기침체기엔 정부의 정책적 개입이 절실하다. 투자를 촉진해 고용을 늘리는 것 이상으로 정부가 나서 일자리를 늘리고, 복지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등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경제적 재난도 약자부터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 어느 해보다 춥고 길 것으로 예상되는 새해를 앞두고 이들이 막다른 골목에 내몰리지 않도록 특단의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 시장경제 원칙만 따지며 정파적 이해에 얽매일 때도 아니다. 보다 유연한 정책으로, 약자를 위한 정부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