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11% 껑충...한투증권 등 코스피 상단 올려
"밸류 부담 지나쳐"..."섣부른 낙관론 지양" 경계감도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지난달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이던 코스피지수가 2500선을 앞두고 잠시 숨고르기 중이다. 눈길을 끄는 점은 1월 코스피가 '깜짝 랠리'를 기록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외국인의 매수세가 길어지면서 지수 상단을 상향 조정하는 증권가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10일 코스피지수는 0.48% 내린 2469.73에 마감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8.44% 급등하며 주요국 중에서도 상승률 상위에 올랐지만 이달 들어서는 1.84% 오르는 데 그치며 2500포인트를 좀처럼 뚫지 못하고 있다.
증시가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고 있지만 다수 전문가들은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내 소비자물가 상승세 둔화가 곧 발표될 1, 2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확인된다면 달러 가치가 지속 하락하면서 외국인의 매수세가 이어질 거라는 얘기다.
최근엔 한국투자증권이 업계 처음으로 코스피 지수 밴드(예상 범위)를 상향 조정했다. 연초부터 시작된 국내 증시 랠리가 2월 들어서도 이어지면서 코스피지수 밴드 조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코스피 밴드를 기존 2000~2650에서 2200~2800으로 상향 조정했다. 상단은 자기자본이익률(ROE) 7.75%와 자기자본비용(COE) 7.5%(PBR 1.03배)를 적용했으며 하단은 ROE 7%, COE.5%(PBR 0.82배)에 해당한다. 코스피의 리스크 프리미엄은 2000년 이후 코스피의 1년 기대 수익률 8.2%와 국채 3년물의 1년 기대수익률 3.4%의 차이인 4.8%로 제시했다.
김 연구원은 "밴드 상단은 올해 예상 ROE 7%가 상장 기업들의 이익 개선으로 하반기까지 높아지는 흐름을 가정했다"며 반도체, 자동차 등 수출기업의 업황이 반등할 것이라 예상했다.
시장에선 한국투자증권 외 추가 조정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흐름이 그렇다. 지난 1월2일 2225.67이었던 코스피지수는 지난 10일 2469.73에 장을 마감했다. 약 한 달 만에 지수가 약 11% 가량 증가한 것이다. 이는 SK증권이 제시했던 올해 코스피 지수 상단인 2450도 이미 넘어선 수치다. 대신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이 제시한 2650(상단 기준)과는 불과 200포인트 차이도 나지 않는다. 이미 일부 보수적 증권사의 지수 상단을 깨뜨린 셈이다.
최근엔 골드만삭스도 한국 증시에 대해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하면서 올해 연말 코스피 목표치를 2800으로 제시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8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작년 말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로 상향조정한 대로 유지한다"며 "내년년 경기 회복이 기대되며, 저렴한 밸류에이션이 하방 리스크를 완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는 한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올해 1.6%에서 내년 2.8%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 실적 성장률은 올해 24% 대폭 감소한 뒤 내년 경기회복 사이클과 함께 50%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기업들의 영업이익 사이클은 올해 중반 저점을 찍은 후 3분기부터 회복하기 시작해,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에는 이익이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골드만삭스는 금융당국이 외국인 투자자 접근성을 높인 덕에 한국이 올해 6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의 워치리스트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고 관측했다. 골드만삭스는 MSCI 선진지수 편입 시 약 70조원(560억달러)이 유입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거로 봤다.
반면 일각에서는 미국 내 경기지표에 따라 국내 증시 향방이 달라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락세를 보이던 미국 금리가 최근 반등한데다 1월 미국 고용 지표도 호조를 보이며 긴축 우려가 다시 커졌기 때문이다.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는 지난 1일 연간 3.40% 수준에서 전날 기준 3.66%까지 반등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초 증시 상승장은 긴축 완화 기대와 시장 금리 하락이 만들어 낸 금융장세”라며 “만약 미국 시장 금리가 추가적으로 하락하지 않는다면 국내 증시도 당분간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높아진 점도 여전히 문제로 꼽힌다. 기업들의 실적 전망은 하향된 반면, 증시는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 기준 코스피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3.2배였다. 유동성 장세로 코스피지수가 3000선을 돌파하던 2021년 6월 말(약 12배)보다 더 높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의 12개월 선행 PER이 13배를 넘어가면 단기 과열 영역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증시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금리 추가하락과 실적전망 상향조정이 필요한데 두 가지 모두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