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피벗 기대감 사라져..."증시 조정 흐름 불가피"
기업실적 전망도 암울...자본시장 시장 변동성 확대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다시 '긴축 공포'가 드리우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숨 죽이고 있다. 시장에선 주식·채권·원화값이 동시에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엔 코스피가 한 달여 만에 장 중 2400선이 깨지기도 했다. 미국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로 긴축 연장설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다. 장 중 2400선이 깨진 것은 지난 1월 20일 이후 한 달여 만이다. 달러 강세에 원화값도 단숨에 달러당 1320원 선까지 미끄러졌다. 이날 원화가치는 달러당 1323원으로 하루 사이 18.2원 급락했다. '1달러=1320원' 선이 깨진 건 지난해 12월 7일(달러당 1321.7원) 이후 처음이었다.
인플레 압력은 크게 둔화하지 않고, 물가를 부추길 수 있는 고용 시장이 탄탄한 모습을 보이며 시장이 기대하는 'Fed 피벗(pivot·통화정책 방향 전환)에 대한 기대감은 사라졌다. Fed가 기준금리 인상을 장기간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최근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은 잇따라 Fed가 오는 6월까지 3차례 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오는 22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가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을 수 있다는 시장의 전망도 커지고 있다.
커지는 긴축 우려에 되살아난 ‘수퍼 달러(달러 강세)’도 국내 증시를 압박하는 요인이다.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 행진에 제동을 걸 수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 20일부터 27일(오후 3시 30분 기준)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1조937억원어치를 팔아 치운 동안 달러당 원화가치는 28.5원 하락했다.
박소연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 입장에선 원화가치가 달러당 1300원대보다 더 밀리면 올해 주가 상승분을 그대로 토해내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 외국인 매수가 지속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상당수 전문가는 미국 긴축 장기화 우려에 국내 증시도 당분간 조정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물가가 들썩이자 금리 인하를 기대했던 시장도 비로소 긴축 가능성을 받아들이고 있다”며 “달러 강세에 글로벌 투자 심리가 위축되며 국내 증시도 한동안 조정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코스피 상승의 발목을 잡는 것은 기업들의 이익 하락도 크다. 올해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28%)에 버금가는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가격 하락이 지속하고 있어 하반기 이익사이클 개선 기대도 떨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도 3개월 전 약 34조 원, 1개월 전 약 22조 원, 이달 26일 기준 약 17조 원으로 앞자리를 바꾸며 가파르게 낮아지고 있다. 국내 산업을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 기업의 실적 부진은 증시 상승을 무겁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는 2014~2015년처럼 연준의 긴축 스탠스가 유지 되고 있고, 기업의 이익증가율은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2014~2015년 코스피 월간 수익률 밴드는 ±4% 수준이었고, 지금도 그때와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 흐름이 이어지면서 무역적자 행진도 1년째 이어지고 있다. 수출은 5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한 반면 수입은 꾸주히 증가세를 나타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01억달러(66조3825억원)로 작년 같은 달(541억6000만달러)보다 7.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2월 수입은 554억달러(73조4000억원)로 작년 동월보다 3.6%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