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중소기업계는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불합리하고 낡은 관행을 개선하겠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4일 중기중앙회에서 진행된 ‘중소기업계 근로시간 개편에 대한 공동성명’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입장발표에는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윤미옥 한국여성벤처협회장 △석용찬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장 등 중소기업단체협의회 소속 단체장들과 △송유경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장 △황인환 한국전기차인프라서비스사업협동조합 이사장 △민선홍 한국디지털출력복사업협동조합 이사장 △이성문 한국교육IT서비스업협동조합 이사장 등이 참석해 중소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중소기업계는 “중소기업들은 급격한 주52시간제 도입 이후 납기준수가 어려워지고 심지어 일감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며 “일시적인 업무량 증가에 합법적으로 대처하려면 근로시간 유연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실제로 중기중앙회가 지난해 10월 5~29인 제조업체 4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5~29인 제조업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활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주52시간 초과기업의 10곳 중 9곳(91.0%)은 추가연장근로제를 사용 중이거나 사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응답해 일시적인 업무량 증가에 대해 근로시간 유연화 등 대응방안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개편안을 둘러싼 우려사항에 대해 “근로시간 개편은 근로시간 총량은 늘리지 않고, 노사합의로 시간을 배분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개편안에 대한 오해가 거듭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중소기업계는 또 “동의 없이 연장근로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으나, 이는 극히 예외적인 사례에 대한 걱정”이라며 “근로기준법에서 강제근로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으며, 개편안의 근로시간제를 도입하려면 노사합의와 개별근로자의 동의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과 함께 공정한 보상에 기반한 근로시간 개편이 될 수 있도록 하고, 노사자율성을 존중하는 조직문화 형성을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석용찬 메인비즈협회 회장은 “전통제조업을 영위하는 기업은 추가연장근로제 일몰로 일감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호소하고 있다”며 “현재 제도는 근로자와 기업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함에도 제한하고 있어 기업의 인건비 증가, 근로자의 임금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윤미옥 한국여성벤처협회장은 “IT개발 업체의 경우 용역사업으로 인력 문제가 아주 중요한데, 여기서도 개편되지 않으면 인력도 없는 데다 일을 시킬 수도 없어 노사 양측 모두 불만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IT업계는 연장근로 후 연장 시간만큼 휴가를 지급하는 대체휴가를 실시하고 있는 경우도 많아, 2주 정도의 날짜를 모아 해외여행을 가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많다”고 전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지난해 중소기업 부족인원은 60만5000명이었고, 적극 구인해도 채용되지 않은 미충원인원은 18만5000명으로 사상 최대 수치였다”며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이 성수기 물량과 주문에 대처하기 위해선 유연화가 꼭 필요한 만큼, 개편안 방향은 잘 잡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소모적 논쟁은 그만두고, 근로시간 유연화가 절실히 필요한 현장에서 작동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며 “근로시간 개편이 노사자율 선택을 존중하고 근로자의 건강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길 기대하고, 중소기업계도 국민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불합리하고 낡은 근로관행을 적극 계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소기업계는 이날 “중소기업은 그간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스마트팩토리 구축, 공장자동화 등을 통해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력해왔다”며 “이러한 노력은 적정한 보상을 하면서도 근로시간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고, 노동계와 정부도 생산성 향상 노력에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