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1997년 여름이었다. 그해 8월 초 YMCA에서 공부를 함께 한 ‘뜨락’이라는 모임과 대야산으로 1박 2일 휴가를 갔다. 일곱 명이 갔는데 다음 날 아침을 먹고 나서 얼마지 않아 ‘피아노조율’ 모임에서 전화가 왔다. 지금 괴산 장연면 태성에 위치한 각연사 아래로 놀러왔는데 오라는 전화였다.
전화를 받자마자 거절을 했으면 좋으련만 나는 마음이 약해서 거절하지 못하고 알겠다고 대답을 했다. 오전 10시가 넘어서 뜨락 모임에서 나와 산길을 걸었다. 그러면서 지나가는 차를 세우려고 손을 들어 손짓을 했다. 지금이야 길에서 손을 든다고 지나가는 차가 세워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때는 지나가는 차들 중에 몇 대는 그냥 지나갔지만 그래도 다행스럽게 차 한 대가 중간에 멈춰 섰다. 나는 그 차를 타고 청천 버스터미널까지 갔다. 그리고 청천에서 괴산까지 간 다음에 다시 칠성이라는 면소재지에 도착을 했다. 도착을 했다고 피아노조율 모임에 전화를 했더니 10여분 지나서 마중을 나왔다. 각연사 아래로 들어가기 전에 소주를 몇 병 더 사가지고 들어갔다. 12시가 넘어서 도착을 했더니 불판에 삼겹살을 구워서 소주와 열심히 먹고 있었다. 나까지 여섯 명이 있었는데 나는 뜨락 모임에서 나올 때 소주를 한 잔도 마시지 않아서 본격적으로 소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내가 갔을 때는 이미 다들 소주를 어느 정도 마셔서 벌써 취한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부어라 마셔라 하는 것도 이제 마무리가 되어갔다. 왜냐하면 칠성에서 사온 소주가 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오후 4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